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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Hot TV]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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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면

한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 맹목적인 사랑 얘기를 속도감있게 펼쳐가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천국의 계단’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방송 3주 만에 시청률이 30%를 훌쩍 뛰어넘은 것을 비롯, 출연 배우들의 이름이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1,2위를 오르내리고 관련 동호회가 수십개를 웃돌 지경이다.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낸 최지우.신현준.권상우 등 주연 배우들의 후광에다, 이들의 어린 시절을 맡았던 아역들의 호연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는 게 방송가의 평가다.

하지만 '천국의 계단'은 이 같은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선악을 대비한 인물 유형,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 등 구성면에선 구태가 완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극 초반엔 정서(최지우 분)의 아역인 박신혜가 계모(이휘향 분)에게서 연거푸 뺨을 얻어맞는다든가, 역시 10대로 설정된 송주(백성현 분)와 키스신을 연상시키는 장면 등을 연출해 아동학대.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별을 쏘다''아름다운 날들' 등 전작에 이어 '천국의 계단'을 통해 '흥행의 대가'라는 극찬과 '통속 드라마의 1인자'라는 비아냥을 동시에 받고 있는 연출자 이장수 PD(사진(上))의 입장을 들어봤다.

-콩쥐팥쥐식의 유치한 선악 대비, 남녀 간의 삼각관계 등 구성이 지나치게 통속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요즘 사람들이 구식이라 느낄 만한 줄거리임을 인정한다. '옥탑방 고양이' 같은 트렌디 드라마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트렌드와는 전혀 반대로 가려고 작정했다. 구식을 새로운 스타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초반에 계모의 폭행이나 정서의 속옷이 노출되는 장면은 의도된 것인가.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려다보니 그렇게 됐다. 솔직히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를 법적인 오빠 태화(신현준 분)가, 정서의 애인 송주를 정서의 법적 동생인 유리(김태희 분)가 좋아한다는 설정이 비도덕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별을 쏘다' 이후 새 드라마를 구상하면서 본 '젊은 느티나무'라는 소설에서 법적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모티프를 얻었다. 동생이 형의 애인을 사랑하는 영화 '에덴의 동쪽'도 참조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바로 세명이 함께 하는 사랑이다. 태화와 정서의 사랑, 송주와 정서의 사랑보다 어쩌면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태화와 송주의 우정에 무게를 두려 한다."

-현재까지의 극 전개로는 그런 기색을 느끼진 못 하겠다.

"후반부로 가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정서가 기억을 되찾은 뒤 태화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정서가 엄마처럼 안암에 걸려 실명하고 죽음을 앞두면서 태화는 정서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인 송주를 정서 곁에 데려다주려 한다."

-또 불치병에 걸려 죽는 여주인공이라니 상투적인 것 아닌가.

"별 수 없다. 연속극은 연재소설과 마찬가지로 흥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론 단막극을 더 좋아한다. 내가 만든 특집극 '곰탕'은 해외에서도 상을 많이 탈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가(박혜경) 이름이 낯설다. 대본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인가.

"아니다. 현재 네명의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있다. 매주 나와 작가들이 대본 구성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얼개를 짠 뒤 두명이 1, 2부를, 나머지 두명이 3, 4부를 쓰는 식이다. 한 팀의 대본이 나오면 다른 팀이 대본을 수정해준다."

신예리 기자

*** 어린 정서·태화 … 아역들도 떴다

'천국의 계단'은 아역이 뜨면 드라마가 뜬다는 속설을 확실히 입증한 경우다. 어린 정서 역의 박신혜(13.(右))와 어린 태화 역의 이완(19)은 모두 '천국의 계단'이 데뷔작인 생짜 신인들. 하지만 이 드라마 한편으로 각기 '별빛 신혜''천국의 신혜''이완세상''이완좋아' 등 무수한 팬카페를 거느린 스타로 발돋움했다. 서울 영파여중 2년생으로 이승환의 뮤직 비디오 '꽃'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박신혜는 청순한 외모에,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유리 역을 맡은 김태희의 친동생인 이완은 반항적인 눈빛으로 태화 역을 실감나게 해내 태화의 성인기를 맡은 신현준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그의 대사 중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가 10대들 사이에 유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서와의 풋풋한 감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어린 송주 역의 백성현(15)은 '천국의 계단'의 아역들 중에선 연기 경력이 꽤 오래된 고참. '보고 또 보고''태양인 이제마''오남매' 등에 출연했고 최근엔 MBC 퓨전사극 '다모'에서 황보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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