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왜 필요한가(성병욱칼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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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달 앞두고 왜 신당창당이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전에는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 후보의 단순화 차원에서 있던 정당들도 합당하거나 제휴하는게 상례였다. 5·16혁명후 63년에 실시된 5대 대통령선거때는 야당후보 단일화차원에서 국민의 당 허정후보가 후보를 사퇴해 민정당의 윤보선후보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룩했다. 67년 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당시의 두 야당이었던 민중·신한당이 신민당으로 통합했다.
○불신의 골 메울 수 있나
그때도 포말같은 군소 신당들이 생겨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거의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선거전에서 변수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분열했다가도 선거때가 되면 오히려 힘을 합치곤 했던 정계풍토에 이변이 생긴 것은 지난 87년의 13대 대통령선거때부터였다. 당시 신한민주당에서 통일민주당으로 탈바꿈했던 야당 진영은 김영삼·김대중씨의 대통령 출마고집으로 오랜 우리정계의 전통을 깨고 선거전 분당시대를 겪었다. 두세력의 구분이 워낙 확연했기 때문에 한 정당의 분당이라기보다는 두세력이 동거하다 헤어지는 모습이었다. 이 선거전 분열로 야당과 양김씨는 정권교체와 문민정치를 이룩할 역사적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지금의 신당움직임도 선거전 분열은 마찬가지나 주로 여권의 분열 움직임이란 점이 특이하다.
그런데 도대체 신당이 왜 필요한가. 지금의 정치권과 각당 후보들이 메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정치공허감은 상당히 넓고 깊다. 최근 여러기관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현재 각당 후보들의 지지도는 모두 합쳐봐야 50% 정도에 불과하다. 지지정당이 없다든가,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분의 1에서 40%정도에 이른다.
또 신당추진론자들은 우리 정치를 20여년간 주도해온 이른바 「양김정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우리 국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양김정치」 극복에 대한 공감은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기성정치가 메우지 못하는 이러한 공백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지금 태동하고 있는 신당이 이런 정치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새롭달 사람 별로 없어
우선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과연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을 만큼 경력과 생각이 참신한가. 천하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이들은 인물면에서 새롭다할 사람들이 아니다. 3공,또는 5공에서부터 요직을 거치면서 그 당시 시책이나 정치의 상당부분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개중에는 정치와 정책을 주름잡던 한때의 실력자도 있다. 참신한 발상과 접근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지역할거주의·연고주의를 심화시킨 장본인으로 비판받은 사람도 있다.
따라서 평가가 끝났다고 하기는 이르나 대개 평가를 거친 사람들로 새롭다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러면 이들이 과연 양김정치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말해 이들이 설혹 세를 더 모아 신당을 만든다 해도 신당만으로는 양김극복은 어렵다고 본다.
열흘전 박태준의원이 탈당계를 내고 신당무드가 고조됐을때 상황전개에 대한 전망을 질문받고는 이런 대답을 했다.
박씨가 가세하고 강영훈 전 총리를 후보로 영입하면 신당이 상당히 세를 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양김과 싸움이 되지 못한다. 반양김 내지는 양김극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번 싸워보려면 지난 6월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국민당·신정당까지 양김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연합을 이뤄 3파전이 돼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고,혹시 승산도 내다볼 수 있을는지 모른다. 설혹 지더라도 기성정치에 큰 충격을 주어 앞으로 우리 정치 전개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신당창당은 연합으로 가는 과정일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열흘전보다도 신당추진세력에 더욱 옹색하게 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양김연합을 주도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졌다. 선택의 폭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국민 혼선만 가중 우려
신당추진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이제 남은 선택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주도하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던져 대선 3파전을 이루는 효소역할을 하든지,선거후 정계개편에 대비하는 정도다. 선거에서 충격을 줄 변수가 되지 못하면서 국민의 선택만 더 복잡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스스로 표방해온 「새정치」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신당추진 세력은 한번 더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왜 신당이 필요했던가,이 상황에서도 신당이 그러한 필요에 부응할 수 있겠는가,그래도 신당은 역시 필요한가를….<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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