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따라 주가도 잘 나가는 조선업계선 지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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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연일 싱글벙글이다. 수주량 신기록을 이어가는가 하면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주주나 임직원들의 마음은 든든하지만 이로 인해 신경 쓰이는 일들도 생긴다.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9일 노조가 회사 측에 '이익 배분제'를 제안했다. 근래 순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금으로 나눠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일찍이 우리사주를 나눠준 업체들에서는 직원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주식을 알뜰하게 보관해 큰 시세차익을 보게 된 극소수 '장롱파'들은 진작 주식을 팔아 치운 동료들을 의식해 표정관리를 해야 할 판이다.

◆"이익 좀 나눕시다"=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당기순이익 중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의 3분의 1을 내년 초에 성과금으로 나눠달라고 회사에 요청했다. 올해 순익은 1조6000억원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약 4000억원을 챙길 수 있다. 2만5000여 직원들이 1인당 1600만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성과금(약 500만원)의 세 배가 넘는다. 이 회사는 그간 성과금을 이익에 연동시키지 않고 협상에 따라 그때그때 정했다. 2005년에는 통상 급여의 200%, 지난해엔 250% 였다. 유상구 노조 사무국장은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선진 보수 체제로 바꾸기 위해 이익 배분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익 급증으로 이익 배분이 종업원들에게는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일단 난색이다. 당장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 한 임원은 "경제가 어려운데 성과금을 많이 풀면 협력업체와 국민들이 돈잔치를 벌인다고 인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와 비슷한 '초과이익 배분제(PS)'를 해 왔다. 삼성은 연초 목표 이익을 넘은 금액의 20%를 성과금으로 나눠준다.

◆표정 관리하는 장롱파들=현대중공업은 1992년에 주당 1만2000원, 99년엔 5만2000원에 종업원들이 우리 사주를 살 수 있게 했다. 8일 종가가 31만1500원이니 92년 받은 주식을 갖고 있으면 26배의 대박이다. 그러나 대다수 직원은 주가가 조금씩 오를 때마다 팔아치워 2000년 전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002년 말~2003년 초 주가가 1만7000원대로 떨어졌을 때 주가를 올리려고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들과, 아직도 주식을 갖고 있는 장기 투자형 직원들은 망외의 소득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이 회사의 한 과장은 "아무개 아무개가 대박의 주인공이란 소문이 나지만 당사자들은 주가 얘기만 나오면 슬금슬금 피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가 4만1450원인 삼성중공업의 직원들도 94년 2만5900원에 우리 사주를 받았으나 2000년 주가가 3000원까지 곤두박질치자 대부분 손절매했다.

최근 우리사주를 받은 STX조선 직원들은 희희낙락이다. 이 회사는 2005년 10월 7555원, 지난해 11월 9400원에 우리사주를 배정했다. 현재는 4만2900원까지 치솟았다. 2000만원 정도 들인 직원은 1억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경남 진해 조선소의 한 직원은 "총각 사원들한테 선 좀 보라는 결혼정보업체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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