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로 돈 벌 궁리 안해요"-김영정씨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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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여성개발원 초대원장(차관급)·국회의원·정무제2장관(제2대) 등 여성으로서는 거의 독보적이라 할만큼 화려한(?) 공직생활을 해온 김영정 대한적십자사부총재(63)는 서른해 동안 교직(이화여대·사학)생활을 통해 몸에 밴 「청렴한 생활」과 「자본주의적 사고」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고 이윤은 결과로서 주어진다는 것이며 투기 등을 통한 이윤 극대화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믿고있다.
그래서 그는 일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며 산다. 무슨 일이 그에게 주어지든 귀찮다는 생각 없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한다.
일하는 것을 사랑하는 그이지만 한가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돈이 생긴다고 해서 아무 일이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떳떳하고 가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그 대가가 경제적인 소득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돈」이 소중해지고 낭비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경제철학이다.
부군인 김준용 박사(70·전서울대교수·화학)와 교직에 있을 당시 결혼, 맞벌이 부부로 살아온 그는 30여년이 넘는 결혼생활동 단 한번도 투기에 눈돌림 없이 「합리적인 소비생활」로 집안살림을 꾸려왔다.
60년대초 남편과 함께 미국 인디애나대에 유학하면서 자녀까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대신 자전거로 통학하는 등 대학에서 받는 연구비를 아껴 써 귀국할 때 달러를 남겨 갖고 온 일은 그의 경제적인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가운데 하나다.
현재 살고있는 서울 성산동 255의2 2층집과 거실 등의 벽면을 가득 채운 장서가 그의 귀중한 재산목록.
지금도 생활비의 9%정도를 서적구입에 쓰고 있는데 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군의 화학관련고서적구입에 대해서도 『후대에 물려주어 활용될 수 있는 유산』이라고 흔쾌히 여기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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