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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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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10% 이상이 고통받고 사회적 손실이 2조원을 넘는 병’. ‘어린이와 노인에게 흔하고, 괜찮은 듯 보이다가도 갑작스레 발작 증상이 나타나 환자를 당황시키는 병’. 바로 ‘기관지 천식’의 실체다. 실제 65세 이상이 되면 8명 중 한 명이, 75세 이상은 6명 중 한 명이 천식을 앓는다. 2024년 노인인구가 20% 이상일 정도로 국내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또 매연ㆍ배기 가스ㆍ신소재ㆍ스트레스ㆍ다양한 음식 섭취 등 천식 유발 물질도 날로 증가할 전망이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학술대회’를 계기로 급증하는 현대병, 천식을 해부해 본다.

#천식 증상은 폐기능과 관련이 있다

“감기만 걸렸다 하면 쌕쌕거리면서 기침을 심하게 한다”는 K군(3). 주변에서 흔히 보는 어린이 천식 환자다. 다행히 어린이 천식은 심하지 않으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사춘기를 지나면 40% 정도로 준다. 기관지가 성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성숙하면서 폐기능도 덩달아 좋아지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수영 천재 박태환 선수도 어릴 때 천식으로 고생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정상이며, 수영으로 세계를 제패하기까지 했다"고 들려준다.
 
하지만 일단 좋아진 천식은 노화와 더불어 폐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나빠질 수 있다. 사춘기 이후 좋아졌던 천식이 30대를 넘기면서 재발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 조 교수는

“어릴 때 천식기가 있었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 다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늘 금연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인층에서 천식 환자가 새로 생기는 이유 역시 흡연, 장기간 매연 노출 등으로 폐기능이 나빠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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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치료가 극복의 열쇠

천식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증상이 나타날 때만 치료하는 잘못된 습관이다. 실제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데도 제대로 된 치료를 안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프 참조>
 
조 교수는 “천식은 발작시 수축됐던 기관지가 정상화돼도 기관지 염증은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만성 폐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료 목표는 숙면ㆍ일상생활ㆍ사회활동 등에 문제가 없고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또 폐기능도 정상이라야 한다. 치료법은 발작 횟수ㆍ야간 증상ㆍ폐기능 등에 따라 1∼4단계로 분류되며 치료도 단계별로 다르다. 예컨대 1단계는 천식증상이 1주일에 한두 번, 밤에 증상 때문에 깨는 일이 한두 번이면서 폐기능이 정상인 경우인데 이땐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에만 기관지를 확장시켜주는 응급 흡입제를 사용하면 된다.

 

의사들이 천식환자의 고통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응급 상황에 늘 대비해야

증상이 매주 2∼6번, 야간 증상도 매달 2∼4번 나타나는 2단계만 돼도 기관지 염증을 치료하는 항염제를 규칙적으로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현재 가장 효과가 있는 항염제는 스테로이드 제제다. 하지만 먹는 약은 장기간 복용시 고혈압ㆍ백내장ㆍ골다공증ㆍ비만ㆍ면역 기능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조 교수는 “스테로이드 효과를 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이 바로 ‘흡입성’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이라고 밝힌다. 전신에 퍼지는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달리 흡입성 약제는 기관지에 곧바로,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병세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평상시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내는 1단계 환자라도 3∼6개월마다 정기적인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1단계의 경한 천식 환자도 언제든지 심한 천식 발작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응급 흡입제를 늘 갖고 다녀야 한다. 또 응급 상황에서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천식 유발물질 및 응급증상과 대비책은 2면 그림 참고)
 
황세희 의학전문기자ㆍ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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