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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측 “김경준 실적ㆍ학벌 믿었다가 거액 날려”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중앙SUNDAY는 투자자문회사 BBK를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제기된 핵심 의혹을 이 전 시장 캠프에 공개 질의했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이 전 시장은 BBK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 주간지는 ‘과반수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돼 있는 BBK의 한 정관(定款)을 공개했다. 잡지는 이를 BBK가 2000년 5월 금감원에 정식으로 제출한 개정 정관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에서 공개한 BBK의 정관엔 이런 내용이 없다. 어떤 게 진짜냐.

“우리가 제시한 정관은 1999년 10월 BBK가 투자자문업 허가를 받기 위해 금감원에 낸 정관이다. 시점만 놓고 보면 최근 주간지에 보도된 정관이 그 이후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도된 정관 어디에도 이 전 시장의 서명ㆍ날인이 없다. 만약 이 전 시장이 실제로 발기인 또는 주요 주주였다면 99년 4월에 작성된 첫 정관이나 최소한 같은 해 10월 만들어진 정관, 그리고 주요 주주명부에 당연히 이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잡지에 보도된 정관은 BBK의 대표이사인 김경준씨가 이 전 시장과 함께 LK-eBank를 설립한 사실을 악용, 이 전 시장의 대외 신용을 자기 사업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무단으로 만든 것이 분명하다.”

-김경준씨는 2001년 1월부터 ‘MAF 리미티드’란 법인 명의로 광주의 뉴비전벤처캐피탈(옛 광은창투) 주식 매집을 시작했다. 김씨는 3월 5일 전체 주식의 36% 이상을 취득해 회사 운영권을 인수했고, 4월 27일 회사 이름을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바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김씨는 주식 매각으로 시세차익을 얻고, 회사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뒤 외국으로 도피했다. 그런데 2001년 1∼4월은 이 전 시장이 김씨와 LK-eBank를 동업했던 기간이다. 이 전 시장이 김씨의 주식 매집 과정을 몰랐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혀 몰랐다. 이 전 시장은 김씨의 BBK 운영과 전혀 무관하고 김씨 단독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에 알 수도 없었다. BBK의 비리가 드러나 금감원 제재를 받게 된 김씨는 그간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의 단독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 점만 봐도 김씨가 순전히 개인 이익을 위해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전 시장의 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BBK가 운용하는 펀드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 중 140억원을 떼였다. 이 투자는 이 전 시장이 제안하거나 요구한 것인가.
“BBK가 운용하던 MAF 펀드에는 삼성생명이 100억원을 가입하는 등 우량기업이 참여한 상태였다. 당시는 저금리 기조였는데 김씨가 고수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다스는 큰 기업들이 가입한 것과 높은 수익률 등을 보고 투자한 것 같다. 이 전 시장이 추천ㆍ소개한 적은 없다.”

-BBK의 MAF 펀드에 투자했던 ㈜심텍은 BBK가 투자금과 수익금 등 35억원을 돌려주지 않자 2001년 10월 고소했다. 김경준씨는 같은 해 12월 7일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이후 심텍에 돈을 돌려주기로 하고 풀려난 뒤 12월 20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런데 ㈜다스가 김씨에 대해 미국에서 소송을 낸 것은 한참 뒤인 2003년 5월이다. 이 전 시장의 법정수탁인인 김백준씨가 LK-eBank 투자금 반환소송을 낸 것은 더 늦은 2004년 2월이다. 이 전 시장이 진짜 피해자라면 왜 소송을 이렇게 늦게 냈나.
“김씨는 2001년 4월 이 전 시장과 LK-eBank 동업을 끝내면서 청산 절차를 완료한 뒤 투자금 30억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청산을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BBK의 피해자인 심텍이 같은 해 10월 고소를 했고, 불과 두 달 뒤에 김씨가 재산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피했다. 김씨의 미국 내 행방과 재산을 확인하는 등 소송 준비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에서 이 전 시장의 명함을 공개했다. 하단에 ‘BBK투자자문주식회사’ ‘LKeBANK’ ‘eBANK증권주식회사’란 회사명이 들어 있다. 이 명함에 이 전 시장의 필체로 추정되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명함을 쓴 적이 있나.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는 이 전 시장의 친필이 아니다. 당연히 사용한 적도 없다. BBK 정관과 마찬가지로 김경준씨가 이 전 시장의 이름을 이용하려고 임의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eBANK-Korea’ 안내책자에는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 회장, 김경준씨가 사장으로 소개돼 있다. 이 전 시장의 사진도 들어 있다. 또 ‘회사 구조와 업무 영역’에 ‘BBK 투자자문’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온다.

“BBK 정관, 명함과 마찬가지다. 김씨가 자신이 단독으로 경영하는 BBK의 영업에 이 전 시장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활용하려고 이런 책자를 만든 것 같다. 이 전 시장이 김씨와 합작으로 설립한 LK-eBank는 실제 영업도 못 해보고 그만둔 회사다.”

-BBK와 김경준씨 횡령 사건에 대한 이 전 시장의 입장은 뭔가. 단순히 사기를 당했다는 건가.

“이 전 시장은 김씨의 밖으로 드러난 사업 실적과 학벌 등을 믿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신종 금융사업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거액을 투자했다 피해를 당한 것뿐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김씨의 범죄와 이 전 시장을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은 네거티브 공작이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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