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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앞날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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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23면

클라이브 브라운. 신동연 기자

“한국 증시의 앞날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도전임에 틀림없다. 지난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JP모건자산운용 인터내셔널 대표인 클라이브 브라운(큰 사진)과 아시아ㆍ태평양 대표인 데이비드 휴(작은 사진)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선 긴장과 결의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외국 어떤 자산운용사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굴리는 운용사의 대표들이지만 한국 자산운용시장에는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이기 때문인 듯했다.

두 사람 모두 동아시아 및 이 지역 간접투자 시장의 베테랑이다. 장기투자를 중시하는 자산운용사 대표답게 10~20년 앞을 보는 망원경으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증시를 조망하고 있었다.

브라운 대표는 최근 한국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많이 오른 게 사실이지만, 더 길게 보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데이비드 휴

“(이제 바닥을 벗어난) 한국의 민간 소비와 제조업 경기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내년 하반기가 되면 경기 회복을 본격적으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한국의 주가를 낙관했다. “최근 단기 급등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PER은 여전히 낮다.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브라운은 말했다.

그는 “한국 가계의 여유자금은 매우 풍부하지만, 너무 부동산에 치중해 있다”며 “앞으로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려는 욕구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국 증시에 대해 물어봤다.

“중국 증시를 밝게 본다. 앞으로 10~15년을 본다면 이 나라 증시는 아주 좋다. 단 5~10년 사이에는 (크고 작은 충격에) 요동치는 진통도 거칠 것이다.”

그는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로도 변동성이 큰 시황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시스템이나 투자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작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의 주식거래세는 애초 0.4%에서 0.1%로 낮아졌다가 최근 0.3%로 인상됐다. 중국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거래세를 조정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는데도, 정작 0.1%에서 0.3%로 인상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주 초 주가가 하루 만에 8%나 추락하기도 했다.

“이런 크고 작은 요동을 겪으며 15년쯤 흐르면 중국 증시 상황이 아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져 투자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장기적인 전망 외에 생생한 중국 현지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대만 출신이면서 현재 홍콩에서 활동하는 데이비드 휴에게 요즘 중국 투자자의 동향을 물었다.
“열풍이 불고 있다. 경찰서에는 ‘도둑질하지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는 표어가 내걸릴 정도다.”(폭소)

휴의 말에서 스님과 대학생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요즘 중국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경험이 없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들은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거래세 인상으로) 최근 발생한 증시 급변동이 미숙한 개인투자자들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는 올해 말로 예정된 주가지수 선물시장 도입을 계기로 중국 시장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지수 선물 거래가 도입되면 주가 흐름이 한결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는 중국 정부가 증시 수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가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들의 주식이 상하이ㆍ선전 증시에서도 거래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식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욕ㆍ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모바일이다. 이 밖에 해외 증시에 상장된 대형 국영기업 150여 개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주식이 중국 본토시장에 풀리면 물량 압박이 상당할 전망이다.

또 휴는 중국 정부가 내국인의 해외 투자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어 증시 주변 자금을 줄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기본 원칙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지 위축시키는 게 아니다.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주식을 푸는) 좀 더 공격적인 카드는 나중을 위해 아껴둘 것이다.”

브라운과 휴는 이제 출발이지만 한국 자산운용 시장에서의 경쟁에 자신있다는 표정이었다. 미국 금융명가 JP모건 체이스그룹의 브랜드 파워와 옛 자딘플레밍의 운용 노하우에다 국내 증시의 호황이 곁들여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JP모건 코리아는 우선 다음달 초 국내 대형주 30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아시아 내수종목 펀드, 중동ㆍ아프리카 펀드 등 3종을 먼저 내놓을 예정이다. 차츰 영역을 확대해 채권ㆍ부동산 전문 펀드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브라운은 “우리는 펀드를 판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투자자의 요구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한국 자산운용업계의 관행을 받아들이며 적응하는 데 주력하겠지만, 몇 년 뒤에는 본격적으로 (JP모건의 유명한) 고객에 대한 헌신으로 우리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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