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양화가 하종현씨 근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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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0년대 초 미니멀리즘운동의 핵심멤버인 서양화가 하종현씨(57·홍익대교수)의 근작전이 14일부터 24일까지 나비스 화랑((511)1511)에서 열린다. 84년 「현대화랑 초대전」이후 8년 만이다.
이번에도 그는 72년부터 20년간 집요하게 탐색해온『접합』연작을 선보인다.
그에 있어서 『접합』이라는 명제는 조형미 탐색의 역사이다.
『접합』은 물감을 캔버스 뒤에서 밀어낼 때 올이 성긴 마대의 틈새로 새어 나온 것을 캔버스 앞에서 누르거나 다독거리거나 써래질하거나 훑어놓거나 닦음질 함으로써 마대와 물감이라는 두 질료를 하나로 접합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표정을 얻어낸다.
작가는 이렇게 얻어지는 우연적인 표정의 관리자 내지 관찰자의 위치에서 작품 전체를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접합』의 탐색은 72년에서 84년에 이르는 전기와 85년 이후 현재에 이르는 후기로 대별된다.
전기의 특징이 마대와 물감이 자연스럽게 접합되는 과정을 중시했다면 후기의 특징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접합과정을 재구성, 주관성의 표출을 강조한 점이다.
『전기의 작업이 매우 정적이었다면 최근의 작업은 보다 행위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른바 「신체행위」로서의 미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국내전을 8년만에 갖게된 것은 좀 더 좋은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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