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번 결정이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일단 청와대에선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참모들에게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는 등 법적 다툼에 나설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할 말은 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의 이런 반응과 별개로 노 대통령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그가 말한 '대세론'이나 '후보 연대론'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들을 향해 던지는 훈수와 지침들이었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빅2'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하며 그나마 메가폰(확성기) 역할을 해온 게 노 대통령의 발언들이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선관위의 결정은 노 대통령의 준법의무에 타격을 줬다. 아무리 다급해도 대선 가도에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공문을 보내 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공식 통보했다. 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로부터 두 차례나 위법 판결을 받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그런 노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다" "민주세력은 무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도 대국민 호소력이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
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정국 운영 구상도 뒤틀릴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야당의 견제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법적 시비를 의식해 위축되면 대선 과정에 개입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친노 인사 중심으로 대선 판을 짜려는 시도 역시 벽에 부닥칠 수 있다.
박승희 기자
◆참여정부 평가포럼=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인사들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진이나 장.차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만든 단체. 현 정부에 대한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고 현 정부의 정책 업적을 다음 정부에 넘겨주겠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 김병준 전 정책실장, 김만수 전 대변인 등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과 안희정.명계남씨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축이다. 이 포럼이 대선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친노 조직이라는 논란도 있다.
바로잡습니다 중앙선관위 위원 명단 표 기사 중 김현무 선관위원은 김헌무 위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