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22)경기 안산 단원갑 한나라당 정웅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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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단원구(갑)에 도전장을 낸 한나라당 정웅교(46) 부대변인이 당내 영남권 중진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난 12월 18일 정씨는 당사에서 ‘영남지역 대선배님께 간곡히 드리는 충정의 편지’란 제목의 이 이메일을 전격 공개했다. 최병렬 대표의 ‘영남 50% 물갈이’ 발언, 소장파 그룹의 ‘60대 용퇴론’ ‘5·6공 청산론’ 등으로 한나라당이 소동을 겪은 뒤라 파문이 컸다.

게다가 이번에 정씨는 용퇴 대상자들의 실명을 직접 거명했다. 그가 거명한 11명의 영남권 중진은 강신성일·김만제·김용갑·김종하·나오연·박재욱·박종근·유흥수·윤영탁·윤한도·이상득 의원. 대부분 5·6공 출신 이미지가 강한 영남권의 고령 의원들이다.

정씨는 이들 중진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당의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 내린 나름의 결단’이었다고 했다. 지역주의에 기대어 87,92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뒤 원내 제1당을 유지하는 동안 한나라당은 내내 자기 개혁과 쇄신을 소홀히 했다는 것. 그는 한나라당의 이런 기득권에의 안주가 결국 두 차례의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강변했다.

“더 늦기 전에 한나라당은 환골탈태해 제2창당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영남지역 인적 쇄신이 필수적이죠. 영남은 한나라당의 상징이자 얼굴이예요. 영남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설 땅이 없어집니다. 그분들이 당선 가능성을 내세우며 용퇴를 거부하신다면 우리 당이 그토록 질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오기·독선과 뭐가 다릅니까? 이미 당 중진인 박관용 의장, 양정규·김용환·김찬우·주진우 의원 등이 불출마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마당에 당선 가능성 운운하는 건 설득력이 없어요. 지금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야 할 땝니다.”

정씨의 이메일을 받은 몇몇 의원들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혹시 물갈이 운운한 당 지도부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간에 끼인 당 대변인실은 ‘당과 무관한 일’이라며 정씨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밝혔다. 정작 정씨는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리어 소신대로 행동한 것일 뿐더러 당내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당내 소장파 그룹이 주축인 미래연대의 운영위원과 젊은정치포럼21 대표를 맡고 있다.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서울대 재학 시절 학내 지하서클인 ‘민족통일연구회’를 만들고 이끌었다. 80년 ‘서울의 봄’엔 ‘서울역 광장 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다 80년대 중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YS) 대선 캠프에서 총괄기획을 맡았고, 그 후 최형우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YS가 당선 후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그는 마다했다.

▶정웅교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최형우 전 의원에게서 진정한 정치인의 도리가 무엇인지 배웠다고 말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오른팔로 불린 최 전 의원은 YS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동지이자 문민정부의 실세였다. 그가 갑자기 쓰러져 정계를 은퇴해야 했을 때 정씨는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안 쌓인 신뢰와 존경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최 전 의원에 대해 “강직하고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최 전 의원 역시 내무부 장관이 됐을 때 그를 장관 보좌관으로 데려갈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사진은 최형우 장관 보좌관으로 있던 정씨가 최 장관과 하타 일본 총리와의 요담에 배석한 후 이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최 전 의원, 하타 전 총리, 정씨.

인생유전(人生流轉). 최형우 전 의원의 급작스런 와병과 정계 은퇴로 그는 자기 길을 가야 했다. 지난해 대선 땐 이회창 캠프 환경분과위원장을 맡았다.

당선되면 상임위를 건설교통위원회로 하여 안산시 발전을 중앙차원에서 강력히지원하겠다고 했다.

“안산을 서해안 시대의 중심 신산업도시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안산은 바다와 접해 있고, 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 수인산업도로 등 교통망이 좋아 개발 잠재력이 아주 큽니다. 교통·물류의 중심지로서 손색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죠. 이 조건들을 잘 활용해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면 인구 100만명의 훌륭한 광역도시로의 도약이 가능합니다.”

안산 단원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는 교육문제, 공단활성화문제, 재건축문제, 외국인근로자문제를 꼽았다.

“안산 단원구 주민들은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려고 합니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죠. 그러다 보니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싸고,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해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당선되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일류고를 육성해 좋은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아볼 생각입니다. 아내가 고등학교 교사라 더욱 이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어요. 일류고 육성으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는 경제침체와 경쟁력 약화로 공단에 빈 공장이 늘어가고 있으며, 실업자가 늘어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원구 재건축문제를 조속히 추진하여 주민 모두가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창시절 가난해서 굶기도 하고 학업을 일시 중단한 바도 있었다는 그는 서민의 애환과 아픔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어 서민 위주의 정책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 ‘정웅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온라인 지지자 모임도 있다.

그는 ‘정치는 진흙탕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연꽃은 더러운 늪에서 각고의 진통 끝에 피어납니다. 저는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현실 정치에 크게 실망하셨겠지만 이전투구의 진흙탕 정치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걸 정치라고 봐 주십시오. 패기와 실무능력으로 한 번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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