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헤드폰 없이도 혼자 음악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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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볼륨을 크게 틀어 놓고 신나게 음악을 듣고 싶은데 그랬다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헤드폰을 사용하자니 일손을 놓은채 음악만 듣는다고 할 게 뻔하다. 걸려오는 전화 벨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신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1.5m 떨어진 옆사람에겐 거의 들리지 않으면서도 헤드폰이나 이어폰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개발됐다. 집에서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스피치 테크놀로지 그룹의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이반 타세브가 개발한 스피커다. 그는 "1.5m 떨어져 있는 사람도 당신이 듣는 음악을 거의 듣지 못한다"며 "기계 동작 없이도 가청 구역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헤드폰 없이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재창조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개인 오디오 공간'(Personal Audio Space)이라고 이름붙인 이 시스템은 TV나 데스크톱 컴퓨터 모니터 아래에 16개짜리 스피커를 나란히 설치하면 된다. 각 스피커의 지름은 2~3㎜에 불과하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각각의 스피커가 약간씩 다른 사운드를 내면서 청취자의 귀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도달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있다. 청취자의 위치에서 각 스피커는 모두 최고 볼륨을 낸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반대 페이즈(위상)의 신호가 도달해 소리가 서로 상쇄되고 만다.

타세브는 연구팀의 목표가 이미 이들이 개발한 마이크 배치 기술에 스피커 시스템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가 배경 소음은 무시하고 특정 지점에서 나는 소리만 잡아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마이크 배치는 사무실 내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추적하는 비디오 카메라와 결합할 수 있다. 스피커의 소리는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좁은 폭으로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도록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타세브는 "헤드폰을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애틀 워싱턴대 시각영상 프로세스 교수 레스 애틀라스의 지적대로 스피커의 크기가 문제다. 마이크처럼 작은 스피커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음질의 주파수를 대기로 방출할 수 있을 만큼은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진동하는 스피커들을 너무 가까이 배치하면 바로 곁의 스피커들끼리 서로 방해하고 충돌할 수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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