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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마약단 '코리안 루트'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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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북 청주지검은 지난해 메스암페타민(일명 히로뽕) 12㎏을 밀거래한 일당 7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사들인 메스암페타민을 한국의 인천공항을 거쳐 괌으로 밀수출했다. 검찰은 일당을 적발했지만 히로뽕은 단 1g도 압수하지 못했다.

검찰은 3㎏ 정도가 국내에 유통됐고 나머지는 괌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메스암페타민은 최근 한국과 국제 사회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마약조직이 우리나라를 마약 유통의 새로운 경유지로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도 마약의 주요 시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은 6006명으로 2005년(5354명)보다 12% 이상 증가했다.

◆국제 마약 유통의 '신(新) 루트'로=대검찰청이 6일 발간한 '2006년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리나라를 마약 유통의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한국인을 운반책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마약 거래가 적은 국가를 경유하는 화물은 공항 수화물 검색 통과가 훨씬 쉽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이 지난해 적발한 히로뽕과 코카인의 거래 목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량 30㎏ 중 한국을 경유해 국제마약시장으로 다시 밀수출하려고 한 게 22㎏(74%)이나 됐다. 국내 소비 목적의 거래량 8㎏을 훨씬 초과하는 분량이다. '골든 트라이앵글'(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역)의 주종 마약이 아편과 헤로인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히로뽕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한국은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2002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1만 명 이하로 줄었던 마약사범이 2003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3년 7546명에서 지난해 7709명으로 늘었다. 이 중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은 78%에 달한다. 검찰은 한국 시장이 부각되는 이유로 인터넷의 발달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꼽았다.

검찰은 해외에 서버를 둔 100여 개의 마약 밀매 관련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마약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수사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 제조가 사라지더라도 유통이 가능한 이유다. 중국의 제조책과 국내 소비자를 연결짓는 인터넷 거래가 특히 심하다.

국내의 마약류 판매 가격이 높은 점도 우려된다. 메스암페타민 1g의 국내 소매 가격은 평균 75만원 선으로 미국의 10배, 동남아시아의 100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준명 대검찰청 마약과장은 "국제 마약상들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각 나라들의 수사당국과 공조해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마약류=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로 나뉜다. 마약에는 아편.헤로인.코카인 등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메스암페타민이 대표적이며 엑스터시.LSD.날부핀 등이 있다. 대마는 대마초와 해시시로 대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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