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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병역의무 거부로 물의/「여호와의 증인」 어떤 종교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1910년대 국내 전파 신도 8만/삼위일체설 부인 기성교단 이단시
종교활동에만 몰두하는 부인과 갈등을 빚어온 30대 가장의 어이없는 방화로 14명이 숨지고 26명이 중화상을 입은 원주 여호와의 증인 교회 화재사건은 화상으로 수혈을 받아야할 신도가 교리를 이유로 수혈을 거부,생명을 잃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교회는 수혈거부,병역의무 기피,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등 사회통념에서 벗어나는 갖가지 교리로 물의를 빚었던 기독교계의 한 종파로 이번 사건의 범인 원언식씨(35)는 『아내가 교회에만 전념할뿐 가정에는 소홀해 화가 났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은 1872년 미국인 찰스 러셀이 창시,1910년대 국내에 전파됐으나 세속권력과의 마찰로 수난받다 6·25전쟁을 겪으며 혼란기 상황이 교리와 맞아떨어져 신도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신도들은 성서중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마겟돈(천군과 악마군의 최후결전지) 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하고 이때 생기는 천년왕국에서 자신들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세속적인 권력이나 기존 교회를 멸망의 대상으로 본다.
세상의 멸망을 현대의 한 시점으로 잡아 요즘 유행하는 시한부종말론의 「원조」가 됐으며,러셀은 그 시점을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라 주장했고 1916년 러셀 사망후 뒤를 이은 루터 포드가 1925년으로 수정한뒤 다시 1975년 10월1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1975년 10월1일 말세론」이 빗나가면서 교세가 격감해 현재 전세계 4백50만,국내에는 1천여개 여호와의 증인교회(왕국회관)에 8만6천여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은 이러한 시한부 심판론·지상천국설 외에 전통 기독교의 삼위일체설을 부정,기성 교단에선 이단시 하는 상태.
77년 1월26일에는 신도 박월선씨(당시 42·여·부산시 초량동)가 장출혈로 중태에 빠진 딸 김경숙양(당시 11·국교4)에 대한 수혈을 거부,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고 90년 3월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한기순씨(47·여·서울 응봉동)가 심폐소생 수술을 받던중 신도인 남편 이석상씨(49)가 수혈을 반대,부인 조씨가 숨지기도 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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