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대공경계 허점 많다/“공작원들 강화·제주 수시로 들락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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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3백명 포섭해도 신고자 전무/안기부
전 민중당 공동대표 김낙중씨 간첩사건·「조선노동당 남부지역당」 수사과정에서 해안선 경계·검문 등 대간첩 경계태세는 물론 국민들의 대공 신고의식에도 커다란 허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안기부에 따르면 김씨를 포섭한 북한 공작원 임모 등 4명이 90년 2월부터 올 4월 사이 강화도 양도면 해안을 통해 세차례 나 침투했고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36)를 포섭한 이선실 등 공작원들도 80년초부터 강화도·제주도 서귀포 해안을 통해 소형 반잠수정을 타고 수시로 드나들었으나 이들 공작원의 왕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김씨와 함께 간첩활동을 하다 검거된 심금섭씨(63)에 따르면 지난 2월 남파공작원 임모·이모 등을 승용차에 태우고 강화도로 가는 도중 군인·경찰의 검문을 받았으나 뒷좌석을 훑어보고 『그냥 가라』고 보내줘 검문에 많은 헛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안기부는 특히 「중부지역당」 총책 황씨의 경우 조직원 3백여명을 규합,포섭하는 과정에서 북한 노동당 당원임을 과시했으나 단 1명도 신고한 사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간첩조직에 들어가는 것을 쾌히 응낙,서울·경기·강원·충남도 24개 지역과 46개 단체에 조직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작원 이선실은 『제주출신으로 4·3사태 희생자 유족』 『아들이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행방불명된 가족』이라며 접근,『나는 북에서 내려온 사람으로 김일성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통일사업을 하고 있으니 함께 통일사업을 하자』고 대상자를 포섭했다고 안기부는 말했다.
안기부는 「중부지역당」조직의 경우 주사파 뿐만 아니라 고교교사 2명·학원강사 5명을 포함,학원·노동·언론·교육·사무직 종사자 등 광범위한 계층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중 일부는 월급으로 조직운영비 등 활동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안기부는 이같은 상황이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사회전반이 막연한 통일환상에 사로잡혀 대북경계심이 극도로 해이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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