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방출, 내가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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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머리로 생각만 해서/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직접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안에서 약동하는/ 무한한 생명의 힘을 믿고/ 일단 부딪쳐 보라'.

이승헌의 책 '사람 안에 율려가 있네'에 실린 시 '생명의 힘'의 구절이다.

박찬호(34)는 5일(한국시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 시를 인용하며 팬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박찬호는 4일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로부터 방출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메츠 홈페이지는 5일 "박찬호가 무조건 방출을 요청했고 구단이 이를 수락해 방출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서 박찬호는 "그동안 많이들 궁금해하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늘 감사함으로 넘치는 삶에 행복해하며 이번 결정을 하게 되었고 이제 다시 또 다른 도전을 합니다"라며 방출이 자신의 뜻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또 "내가 지금도 행복할 수 있는 건 어디에서든 야구를 하는 박찬호를 바라보는 한인분들이 있고, 그 수는 많으나 적으나 공 던지는 박찬호를 위해 간절히 응원하는 마음을 보았다는 것입니다"라며 현지 교민들의 응원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메츠 홈페이지는 트리플A 뉴올리언스 제퍼스 소속이던 박찬호가 3일 솔트레이크 비스 전 등판 직후 방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7과3분의2 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으며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메츠 투수진에서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박찬호로선 그동안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을 노크해 볼 자신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 특별한 검증이 필요 없는 '보증된' 선수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즐거움이 많은 여름이 될 것입니다"는 말에서 박찬호의 여유를 엿볼 수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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