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2세대인 영화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를 출연시켜 북한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 분단이 빚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필름에 담는 세미다큐멘터리 제작이 시도되고있다. 통일원은 영화감독 박광수씨가 신청한 세미다큐멘터리『아버지의 땅』방북 촬영 계획을 승인했다.
박 감독은 지난 8월24일요아버지의 땅』제작의도 및 촬영안을 통일원에 제출했고 지난달 26일 통일원으로부터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아냈다.
『아버지의 땅』은 영국의 권위 있는 민간 TV사인 CH4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고 북한과 구체적인 입북절차 및 허가도 맡는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CH4 TV는 박 감독이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아내는 동안 프랑스파리에 주재한 북한대표부와 수 차례 접촉,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CH4 TV는 특히 박 감독에게 방북 허가가 떨어지자 파리주재 북한대표부에 연락, 세부적인 촬영계획을 논의하겠다고 알려왔다.
『아버지의 땅』은 계획이 성사되면 한국영화제작팀이 북한에서 촬영하는 첫 필름이 된다.
16㎜ 40분짜리로 완성 후 CH4가 첫 방영을 하면서 세계각국 배급도 담당한다.
『아버지의 땅』은 분단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망향의 한을 품고 살아온 실향 1세대의 뼈저린 고통을 실향2세대가 그 한의 고향을 함께 찾아가 이산의 고통의 실체를 현장 확인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해서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실향2세대, 나아가 북한땅이 고향이 아닌 분단2세대에게 냉전이데올로기를 배제한 화해의 차원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박 감독은 아버지 박성곤씨(67)가 고향을 방문해 가족과 상봉하고 조상의 묘에 참배하는 과정을 담는 것으로 이 세미다큐멘터리를 구성, 실향2세대에게 분단의 비극이 관념적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실체적인 것임을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다.
박성곤씨는 평남 용강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중 단신 월남해 강원도 속초에 정착, 망향의 한을 달래왔다.
『아버지의 땅』은 1남5녀 중 막내인 박씨가 고향을 방문, 일가친척을 만나보고 누이들이 시집간 평양 등지를 찾는 과정을 아들이 카메라로 따라간 다음 남으로 내려와 부자가 전쟁과 분단 및 이데올로기, 그리고 고향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통일의 길을 찾아보자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박 감독과 CH4 TV가 손잡고 이번 세미다큐멘터리를 추진하게 된 것은 박 감독의 영화가 수년 전부터 유럽지역에 알려지자 CH4가 자국의 프로그램인 『사우스(SOUTH)』에 방영될 작품 연출을 의뢰해 이뤄졌다.
『사우스』는 제3세계 영화감독들에게 소재 등 제작일체를 맡기고, 제작비와 방영을 책임져주는 유명프로그램으로 한국감독으로는 박 감독이 처음 참여하게 됐다.
박 감독은『철수와 만수』,『그들도 우리처럼』,『베를린 리포트』등을 통해 분단현실에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 CH4의 제의를 받고 이번엔 분단의 현장을 찾는 세미다큐멘터리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박 감독은『순수한 휴머니즘에 입각, 이번 필름을 추진했으므로 북한측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땅』방북스태프는 모두 7명으로 박 감독 부자 외에 박기용(친형), 설가 이창동(스크립터), 영길씨(촬영)등이다.<이헌익 기자>이헌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