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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어린이 눈에 비친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모 정당이 최근 실시하였던 「나라발전을 위한 아이디어」공모가 있었는데 국민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녀석이 어린 마음으로 응모해 상을 받았다.
다음은 뜻밖에 나를 놀라게 했던 응모작의 내용이다.
「학교 주변은 변화하지만 파출소나 경찰서는 없으며 교통순경아저씨도 없어요.」「학교 갈 때 차가 함부로 다니는 큰길로 가지 않고 일부러 멀고 힘든 골목길로 다닙니다.」
「그러나 골목길로 가면 차는 없는 대신 공장옆에서 형님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을 보았어요. 경찰순찰차가 왔다갔다하지만 싸움은 말리지도 않고 그냥 간답니다.」
「나도 맞을까봐 항상 불안해요. 난 경찰아저씨가 미워요.」
「장관님이나 경찰아저씨들은 우리들을 위해 큰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큰일은커녕 우리 동네는 멍 들어가고 있습니다.」
11세 어린 아들녀석의 눈에 사회에 대한 불신은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높은 분도 살고 계십니다. 국회의원 아저씨가 당선되셔서 맛있는 음식도 먹었습니다.」
「우리 동네를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동네로 만든다고 하시고 왜 파출소 하나 학교앞에 못 만들어 줍니까.」
이 글을 읽고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 정치인들은 멍들어가는 어린 가슴에 진실을 느끼도록 해줄 수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치인은 많아도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어 보인다.
이영순<서울성동구옥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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