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원제 폐지 잇따를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남녀 고용평등법 시행 4년을 맞아 노동부가 직장내성차별 해소의 시범케이스로 실시한 은행의 성차별 조항시정명령의 만료시한인 9월을 넘기면서 제일은행이 여행원제폐지를 공표하는 한편 많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여행원제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중 조흥은행·상업은행·서울신탁은행과 지방은행중 부산은행 등이 현재제일은행에 이어 여행원제폐지를 가장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노조집행부선거가 끝나는 10월중순에서 11월사이 노사합의를 거쳐 여행원제를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다른 은행들도 노조집행부선거가 끝나는 대로 성차별금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성차별 해소를 위한 규정마련을 위해 각 은행들은 여행원제 폐지안과 일본의 신인사제도를 모방한 일반직·종합직의 분리 고용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중 신인사제도는 원격지 전근을 하지 않는 대신 창구업무나 단순업무만 처리하고 대리까지 승진토록 하는 일반직과원격지전근을 감수하는 대신 최고경영직까지 승진할 수 있은 종합직으로 입행당시부터 분리하는 제도로, 최근까지 은행측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노조측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제도다.
여행원제 폐지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해왔던 전국 사무금융노동조합은 『현재 각 은행의 단위노조 집행부선거로 성차별 폐지규정 마련이 늦어지고 있으나 각 조합장후보들이 신인사제 거부와 여행원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결국은 여행원제 폐지쪽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동부측도 『현재 취업규칙변경 명령시한은 넘었으나 각 은행노조가 정비되는 대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사법조치 등은 유보하고 있다』며 각 은행들이 성차별제도 폐지에 적극적인 개선의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7월 각 은행에 인사·보수 등 근로조건규정에 있는 성차별내용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명령을 내리고 9월까지 시정하지 않으면 의법조치하겠다고 통고했었다. 이것은 지난해 7월 은행원 모집 채용시 여행원 분리모집금지조치 이후전국 33개 은행중 여행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29개 은행에 대해 은행의 성차별금지실천을 위한 추가조치로 취해졌던 것이다.
지난 9월 가장 먼저 여행원제를 폐지하는데 노사가 합의한 제일은행은 1일부터 여행원의 행원전직절차를 밟는 작업에 들어간다. 제일은행은 여행원제가 폐지됨에 따라 여행원 인사고과기준이 일반행원 인사고과로 편입되며. 호봉체계는 그동안 10년차 여행원의 행원전직시 부여됐던 호봉체계를 기준(여행원 11호봉이 행원 9호봉에 해당)으로 정해지고 신입행원부터는 호봉차별이 없어진다. <양선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