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명박 경부운하 정부 조사 보고서 단독입수] 어떤 내용 담겨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26일 독일 뒤스부르크 내항을 오가는 유람선에서 운하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내건 경부운하는 막대한 사업비(약 18조원)가 소요되며, 수송시간(48시간)이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비교적 길고, 물동량(500만t/연간)이 적어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번 TF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이 전 시장 측이 “물류비용 절감과 국토균형 발전, 수자원 보존 및 효율적 이용 및 관광산업도 발달하게 돼 파급효과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한반도 대운하가 들어서면 한국경제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 전 시장의 생각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특히 경부운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B/C비율(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도 TF팀과 이 전 시장 측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시장 측은 2.3으로, TF팀은 0.16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비용 편익비가 1보다 큰 투자사업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고서에는 “MB(이명박 전 시장의 이니셜) 측은 비용편익비율을 2.3으로 과다 추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TF팀 보고서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사업비
(TF)18조원 vs (이명박)16조원

경부운하의 사업구간은 이 전 시장 측이 제시한 한강~충주조정지댐~낙동강까지 총연장 540㎞를 기준으로 잡았다. <자세한 내용은 표 참조>

TF팀이 조사한 경부운하 건설 사업비는 18조3179억원이다. 공사비 14조9443억원, 보상비 1조8792억원과 유지관리비 1조4944억원을 포함한 수치다. 이 외에도 TF팀은 취수장 이전 비용, 컨테이너 터미널 설치 비용 등 추가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사업비로 약 16조원을 예상했다. 공사비 14조1000억원, 보상비 1조1000억원, 환경훼손비 1조836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공사비와 보상비에서 TF팀은 이 전 시장 측보다 비용을 높게 잡았다.

또 TF팀은 환경훼손비를 넣지 않은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유지관리비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측은 골재 판매, 용지 분양 등을 바탕으로 민자유치를 계획하고 있으나, TF팀은 경제성이 부족해 재정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TF팀은 보고서에 독일의 경우 RMD 운하를 만들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정 투자비율이 7 대 3이었다는 사례까지 덧붙였다.

◇ 골재 판매수익
(TF) 5000억원 vs (이명박)8조원

TF팀은 경부운하 공사를 위해 채취한 골재 판매 수익을 5000억원으로 잡았다. 수로 폭 100m, 수심 4m를 기준으로 낸 수치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8억㎥(수로 폭 300m, 수심 9m)에 8조원의 판매수익(8억㎥ × 1만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 정부 측 검토 결과보다 16배 이상의 판매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TF팀은 이 전 시장 측이 만든 자료는 현실적으로 과장된 수치라며 보고서에 굵은 서체로 ‘일반적인 원칙에서 벗어난 기준 적용’이라고 표시했다.

TF팀은 8억㎥는 연간 모래 수요(약 1억㎥), 경제적 운반거리(30㎞) 등을 감안하면 사용하는 데만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판매수익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골재 판매수익 5000억원으로 운하 사업비를 조달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자를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TF팀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전 시장 측은 8억㎥에 달하는 골재의 소비 기간을 3.3년으로 보고 있다. 경부운하 공사기간 4년 동안 이 골재는 모두 소비된다는 가정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둘째)은 지난 5월 29일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 비전대회에서 나머지 네 명의 대선 예비 후보로부터 경부운하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 비용편익비율
(TF) 0.16 vs (이명박) 2.3

비용의 현재가치에 대한 편익의 현재가치 비율을 분석한 비용편익비율(B/C)의 경우도 TF팀은 이 전 시장 측이 제시한 2.3을 과다 추정치라고 분석했다. TF팀이 분석한 비용편익비율은 0.16으로 나왔다.

비용편익비율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제적 능률성의 척도로 이익(benefit)을 비용(cost)으로 나눈 수치다. 예를 들어 TF팀이 제시한 0.16은 100원을 투자했을 경우 16원의 가치를 거둔다는 것이고, 이 전 시장 측의 2.3은 100원을 투자했을 때 230원의 가치를 얻는다는 의미다.

TF팀은 분석 기간 50년, 할인율(물가상승률) 6.5%를 적용했고, 이 전 시장 측은 분석기간 30년, 할인율 6.5%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보통 비용편익비율 계산시 항만은 50년, 도로는 30년을 분석 기간으로 보고 있다.

TF팀은 비용편익비율을 낼 때 수송·수자원 개발·환경오염 편익 등을 감안했다. 수송 편익은 수송시간 및 수송비용의 감소 편익, 수자원개발 편익은 댐 발전 및 용수공급 편익과 골재채취 편익, 환경오염 감소 편익은 도로화물 차량 감소에 따른 대기·소음 등 감소 편익이다. 보고서에는 이 모든 편익을 고려해 계산했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 수송시간
(TF) 46시간 vs (이명박) 24시간

경부운하를 통한 한강~낙동강까지의 수송시간은 TF팀은 46시간, 이 전 시장 측은 24시간으로 계산했다. TF팀은 선박과 갑문운영 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현재 유럽 운하의 최고속도인 18㎞/h를 적용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는 “해운은 30시간, 철도 7시간, 도로 5시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운하를 통한 수송 시간이 더 걸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전 시장 측은 10~35㎞/h를 적용,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24시간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
(TF) 35~45일 vs (이명박) 15일

TF팀이 분석한 선박 운항 불가능 일수는 35~45일이다. 이 전 시장 측이 15일로 추측한 것에 반해 TF팀은 20~30일 더 운항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한 입증 자료로 TF팀은 서울시 한강유람선의 실제 운항 불가능 일수가 40~50일 정도라는 설명을 붙였다. 선박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결빙·홍수·태풍을 감안하면 연 평균 35~45일 정도는 운항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의 15일과는 차이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 주운 물동량
(TF) 500만t vs (이명박) 1700만t

이 전 시장 측은 도로, 철도 컨테이너 화물의 80%, 10%가 각각 운하 물동량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TF팀에서는 도로 화물의 20%만 운하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TF팀은 주운(뱃길) 물동량이 2011년 39억t에서 22억t으로 줄어듦에 따라 경부운하도 1800만t에서 500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10년 경부고속도로 완공시 기존 경부선 철도의 화물운송능력이 연 600만t에서 연 3000만t으로 대폭 증가하게 되면 경부운하 타당성은 더욱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최근까지도 2020년이 되면 전국의 물동량은 현재의 2~3배가 되며 운송수단 확충이 불가피함에 따라 내륙 운하를 통한 수송이 연료도 적게 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저하게 적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운하 사업기간
(TF) 공시기간만 4년 vs (이명박) 총 4년

TF팀은 총 운하 사업기간으로 공시기간만 4년을 잡은 데 반해 이 전 시장 측은 총 사업기간 4년을 제시했다. TF팀은 민자사업으로 할 경우 사업자 선정부터 협약 체결, 실시 계획 수립 등 착공에 최소한 2년 이상 소요되므로 4년 내 사업 완료가 곤란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 밖에 보고서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제시했다. 선박 운항으로 팔당댐 등 한강·낙동강의 주요 상수원이 수질오염에 노출되고, 물 흐름의 정체로 수질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취수장 위치를 상류로 이전할 때는 수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주장도 폈다.

보고서에는 ‘MB 측에서는 주운 용수 확보로 유량이 증가하고 선박의 폭기 작용 등으로 수질이 개선될 것으로 주장하나 TF팀 분석 결과 평균 유속 감소에 의한 부영양화 및 녹조 발생으로 수질 악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폭기 작용’은 물 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물 속 산소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물 속에서 나오기 어려운 과잉의 유해한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빼내거나 물을 공기 속에 분무시키는 일이다. 이 전 시장 측은 배가 운하로 다니면 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TF팀은 이 역할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TF팀은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신규 댐 건설이 지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주운 수심 확보용 댐 건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선박 통행에 지장이 있거나 댐 건설로 수몰되는 하천횡단 교량(33개소) 등 기존 시설물 재시공도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선박의 안정성 확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강~낙동강을 연결하는 장대터널, 인공수로, 특수갑문 시설은 고속도로 시설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설로 비상시 신속 대처가 어려워 선박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또한 주운 수심 확보를 위해 설치한 댐 또는 보(洑·농경지 저수시설)로 인해 하천 수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홍수 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미숙 기자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