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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카메라'에 담긴 김제동의 주옥같은 어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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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도 부당한 수단으로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

"강의 시간은 학생들과 시간으로, 내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는 대통령이 와도 내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3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몰래카메라'(몰카) 코너에 등장한 방송인 김제동이 새로이 추가한 '어록'의 일부다. '김제동 어록'은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네티즌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네이버 오픈사전은 '연예인 김제동씨가 한 말 중 좋은 말들을 추려 모아놓은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방의 행사 진행자로 활동하다 지난 2003년 혜성같이 방송가에 등장한 그는, 그 후 주옥같은 말들을 남겼다. 네티즌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발언들을 하나 하나 모아 만든 것이 김제동 어록이다. '판본'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적게는 30 ̄40개에서 100개를 훌쩍 넘기는 것도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그가 정말 했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말을 기점으로 김제동 어록이 더 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방송가의 해석은 크게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국내 대표 MC로 성장하면서 프로그램 진행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색깔 있는 말은 많이 줄여야 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게스트의 말을 받아치는 순발력은 여전하지만, 프로그램 진행자 입장에서 자신의 말만 하기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방송 출연 횟수가 늘면서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그의 달변에 매료됐던 많은 네티즌 가운데 상당수가 더 이상 호감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몰카에서 김제동은 다시 한 번 그의 인간적 성숙미와 달변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몰카에서 김제동은 가짜 학생들을 앞에 두고 특강을 했다.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프로그램 제작진은 특강 중 일부 학생들이 몰려와 발언 기회를 요구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러나 김제동은 논리정연하면서도 확고한 말로 이들을 압도했다. 발언 기회를 달라며 강짜를 부리는 학생들에게는 "대통령이 와도 내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처지의 절박성을 하소연하자 "어떤 목적도 부당한 수단으로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시위 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김제동 역시 무릎을 꿇었지만 자신의 논리와 입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이 장면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감동을 받았고, 인터넷에서 한동안 끊겼던 김제동 어록도 다시 시작됐다. 몰래카메라라는 함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김제동 스스로 본인의 '어록'에 나온 말을 실천한 것이 비결이 된 셈이 되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가 아니라면, 아무데서나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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