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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문신 보고서, 나는 온 몸으로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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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조폭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민소매 때문인지 길어져 보이는 팔과 어깨, 그곳에 붙어 있는 전갈 한 마리. 앙증맞기까지 하다. 올 여름 젊은이에게 문신은 액센트다.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신체의 일부분이다.

일회용이 아니고 평생 간다. 당연히 조심스럽다. 결정하는 데 보통 2~3년 걸린다.
 
액세서리, 나아가 아트다. 때문에 대담하고 거침이 없고 다양하다. 짜릿한 자극이다. 섹시하다. 지독한 중독이다. 문신이 이렇게 퍼진 데는 인터넷 도움이 컸다. 인터넷 카페는 문전성시다. 문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회원이 1만 5000명이나 되는 곳도 있다.

■문신을 하러 오는 사람들

"아야, 아야" 하는 신음 소리를 생각했다. 없다.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노라면 기계 자수가 연상된다. 바늘이 1초에 120회 왕복한다. 피 한 방울 안 나온다. "윙~~" 하는 기계음만 없으면 바늘이 오가는 모습은 벌새의 날갯짓이다. 누워 시술을 받는 그녀는 휴대폰으로 전화하다가 또 메시지를 보낸다. 함께 온 친구는 문신을 하는 모습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20대 초반이다.
 
오늘 할 부위는 골반 아래. 지금까지 있던 나비 한 마리에 또 한 마리가 추가된다. 실제 크기만 하다. 팬티 라인 아래까지 내려간다.
 
"통채로 보여 주기보다 보일락 말락, 걸어갈 때 나풀나풀하면 시선이 집중될 것 같아요. 비키니를 고려해서 좀 더 내려가는 거죠", "아프지는 않아요. 짜릿한 느낌이 들어요. 귀를 뚫는 것보다 안 아파요". 손목에 있는 흉터를 커버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성형보다 나았다. 그것이 문신의 시작이었다.

술집에 나가는 또 다른 여인은 발목부터 어깨까지 온몸에 문신을 시도하고 있다. 용이 다리를 휘감고 올라오고, 뱀은 팔을 감고 있다. 중간 중간에 목련 꽃. 워낙 방대한 그림이라 30시간이 넘게 걸린다. 한 번 하는 데 2~3시간. 시술하는 사람이나 시술받는 사람이 참을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이다.

10회 이상 걸린다. 일주일 간격으로 하면 두 달이 걸린다. "문신은 또 다른 나다. 새롭게 변해 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 흥분되고 누구에겐가 보여 주고 싶다. 손님들도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한다." 미니 홈피에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가슴이 빈약할 때 백합을 새겨 입체 효과를 내기도 하고, 결심을 하기 위해 명언을 새기기도 한다. 성경 귀절도 있다. 여자 작업용으로도 한다. 문신에는 글자를 새기는 레터링, 주술적 문양의 트라이벌, 야쿠자의 이레즈미 등이 있다.
 
그렇다고 젊은 층의 전유물은 아니다. 등에 호랑이 문신을 새기고 있는 51세 아저씨, 6개월에 한 번씩 오는 70세 할아버지도 있다.

■문신해 주는 사람, 문신사
 
"우리 셋은 문신 경력이 7년 정도다. 10여 년 전 문신 기계가 도입돼 속도가 빨라졌고 통증도 거의 없다. 한때 작업을 함께했다. 문신 2세대쯤 된다." 셋 다 30대 중반, 한 명은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다. 불법인 만큼 수입이 센 편이다. 한 명은 벌금을 낸 적이 있다. "다른 일을 하고 이만한 돈 준다면 다른 일을 하겠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한 번 새기면 지울 수 없는 것이 문신이다. 처음 배울 때 자신의 허벅지에 먼저 새겨 보고 느낌을 얻었다. 팔뚝에 발색 테스트도 했다. 문신할 때 색과 시간이 지나서 나오는 색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살결이 종이와 어떻게 다른지를 몸으로 익힌다. 기계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할지, 바늘을 얼마나 깊이 찌를지 …, 연습밖에 없었다.

그 다음 친구들에게 해 주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잘못된 것을 보면 예쁘게 커버해 줄 수 있다. 요즘은 레이저로 지우기보다 덧입힌다. 몸에 있는 흉터·점·털이 멋진 지형지물이 된다. 배꼽도 중요한 무대 장치가 된다.
 
원하는 그림이나 문자를 컴퓨터 프린터로 출력한다. 특수 용지라 몸에다 붙이고 문지르면 몸에 그림이나 문자가 남는다. 그것이 바탕이다. 문신 기계 전원을 넣고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작업에 들어간다. 외곽선을 먼저 만들고 안을 채운다. 붓으로 색칠을 하는 것처럼 톤이 부드럽다.

바늘이 들어가는 깊이에 따라 음영이 생긴다. 문신을 한 주위가 발갛게 연이어 부어오른다. 두 시간 지나면 가라앉는다. 디카로 문신을 찍으면 작업 끝이다. 사진을 자신의 카페에 올린다. 문신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작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검은 색이 인기다. 가슴 같은 특수 부위에 포인트를 줄 때 색깔을 넣는다. 1인당 50~80만원 선이다."이런 침침한 곳 말고 떳떳하게 세금을 내면서 로드숍을 내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다. 전국적으로 문신사는 10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 신촌에만 150~200명이 있다.

※기사 관련 TV 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의 <천일야화> '나는 온 몸으로 말한다: 2007 문신 보고서' 편은 4일 밤 12시에 방영됩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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