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안티프라민 |"남·오용" 계몽광고 첫 게재…시판되자 「가정상비약」으로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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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20년대 후반 신문광고에는 『비로소 만병통치약이 탄생했다』『우리 약보다 더 좋은 약이 출현한다면 즉각 판매를 중단할 것을 양심으로 맹서한다』는 식의 과대 과장 광고가 난무했다.
그러나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의 의약품광고는 남달랐다.
제품명과 효능만을 간단히 적는가하면 「의사는 당신의 친구」라는 제목으로 약품의 오· 남용을 막는 최초의 계몽광고까지 게재했다. 나라위하는 마음으로 경이라는 본명을 한으로 바꾸고 미국에서 쌓은 엄청난 학식과 부도 팽개친채 일제치하의 고국에 돌아와 의약사업을 시작한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다운 행동이었다.
서재필선생이 유씨에게 선물한 버드나무목각을 상표로 내세운 유한양행의 제품들은 이 같은 뜻을 받들기라도 하듯 가짜약까지 판을 치는 상황속에서 그 효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30년 「안치후라민」이라는 이름으로 시판, 6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 오고있는 「안티프라민」도 그 중 하나.
세브란스병원의 명의사이자 유씨의 부인이었던 호미리씨(중국인)의 도움으로 「맨소래담」제품의 성분을 분석해 만든 이 품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다. 소염진통제로 개발됐음에도 불구, 일반인들은 피부상처 치료제, 무좀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론 배가 아프다고 배꼽에, 감기가 들었다고 코밑에 바를 정도였다. 실제로 이렇게 낫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는 안티프라민내에 어느 정도 살균 및 진통기능을 하고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멘톨」「캄파」「쌀리실산메틸」이라는 침투력이 강한 성분들이 들어있었기 때문. 만병통치라고 떠들던 약품들은 이내 사라지고 정작 안티프라민이 부동의 가정상비약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감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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