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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요주의”/성묘·등산길 기습… 서울에도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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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특수 알레르기 체질은 쏘이면 절명
가을철 성묘·등산 등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느닷없는 위험가운데 하나로 사나운 야생 벌떼가 있다.
그중에도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말벌이 눈앞을 빙빙 돌며 어지러운 날개음을 낼 때면 어린이 아닌 남자 어른이라도 순간 당황하게 마련이다.
지난 추석기간중인 11일 경남 사천에서 40대 성묘객이 말벌에 쏘여 숨진데 이어 21일엔 전북 완주에서 다섯살 어린이가 벌집을 건드리다 살인 말벌에 쏘여 사망했다. 서울시내 병원 등엔 1년에 1∼2명씩은 벌에 쏘여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
벌전문가인 서울대 농생물학과 우건석교수(55)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2천여종 벌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고 독성이 강한 말벌은 떡갈나무 등 활엽수림 근처 땅속에 집을 짓고 벌레·유충 등을 잡아먹는 육식생활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정한 서식처가 있다기보다 숲이 많은 시골에서 많이 발견되며 서울에서도 북한산·인왕산의 깊은 숲속에 가면 가끔 말벌이 출현한다는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말벌은 생김새나 습성을 빗댄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몸체 길이가 30∼50㎜로 꿀벌의 3∼4배나 되기 때문에 「왕벌」이라고 불리며 보통벌과는 달리 홀로 다니기 좋아하는 반사회성을 지녔다 해서 「고독한 벌」(Solitary Bee)이라고도 불린다.
꿀벌 등이 2만∼3만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는데 비해 말벌은 많아야 직계가족 2백∼3백마리끼리 몰려다니는게 고작이다.
일본에서는 말벌집이 참새둥지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즈메 바치(참새벌)」라 부르며 해충을 잘 잡아먹어 「사냥꾼벌」이란 별명도 붙이고 있다.
말벌은 난폭하기로 유명하다.
해충의 천적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유리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 꿀벌통을 습격,애벌레까지 잡아먹는 등 쑥대밭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전북 남원의 한 국민학교 교사가 양봉실험중 벌통을 습격한 말벌에 쏘여 실신한 사례도 있다.
그렇지만 말벌에 쏘여 생명을 잃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민경업교수는 『말벌에 쏘여 죽는 사람은 「벌독(Bee Venom)알레르기」란 특수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며 그 수는 극히 적다』며 『알레르기체질을 가진 사람이 말벌에 자주 쏘이면 이러한 벌독 알레르기체질이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은 말벌에 쏘이더라도 암모니아수·알콜로 소독해주면 되고 벌독 알레르기체질인 사람은 에피네프린(일명 아드레날린)이란 주사를 상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민 교수는 말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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