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원의 경영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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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외 정세변화가 너무 엄청나 경영지식을 가르치는 경영대학원조차 경영난에 몰리는 이상조류가 주요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만으로는 더이상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그 쟁쟁했던 비즈니스 스쿨(경영대학원)을 외면해 미국의 캠퍼스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출세를 보장하고 돈을 거머쥐는 보증수표쯤으로 치부되던 건 이미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서 내로라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들마저 학교경영 침체에 책임을 지고 줄줄이 물러서는 사태를 빚고 있다. 예일대·시카고대·UCLA의 앤더슨 스쿨 등이 그렇다. 다른 60여개 경영대학원 학장들도 역시 교체의 운명을 맞고 있다. 경영학도의 신병훈련소와 같은 이들 학교의 경영난은 스위스와 영국의 일부 학교에도 들이닥치는 형세다.
경영대학원의 첫번째 불운은 세계 각국의 불경기에 연유한다. 어지간한 기업들도 이제는 MBA학위 소지자를 뽑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에게 높은 보수를 주면서 고용할 여력이 없어졌으며 따라서 MBA과정 출신자의 수요가 떨어졌다. 두번째는 학교가 급변하는 정세를 헤쳐나갈만한 참신한 교과과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이론과 현실에 박식한 기업체출신의 박사를 학장으로 모셔왔지만 역시 경영여건을 반영하는 커리큘럼을 설치하는데 실패했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캠퍼스의 편협한 분위기 때문이다.
국내 각대학이 경쟁적으로 설치해왔던 경영대학원에도 침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서가 아니다. 불경기일수록 「경영」을 더 잘하기 위해 이른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을 학생으로 모셔오고 앞다퉈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질의 저하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 이어 옥스퍼드대학이 새삼 비즈니스 스쿨을 세운다고 한다. 이들 학교의 경영이 어떤 방식이 될지 관심거리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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