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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민자후보(3당 대선후보 집중인터뷰: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더라도 공명선거 하겠다”/한국병 치유위해 과감한 결단내릴 것/「노 탈당」 전혀 상의없었다/정치하며 재산 안늘릴터
□인터뷰팀
고흥길 편집부국장
이수근 정치부차장
장성효 경제부차장
홍근희 생활부기자
이덕영 사회부기자
중앙일보회견팀은 김영삼민자당총재를 공교롭게 노태우대통령이 탈당과 선거중립내각구성을 선언한 지난 18일 청와대회동 꼭 2시간 뒤에 만났다.
63빌딩 55층의 약속된 회견장에 들어선 김 총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시종 특유의 낙관론을 폈다.
­노태우대통령이 중립으로 돌아섰으니 이제 김 총재는 큰일난 것 아닙니까. 처음 그 얘기가 흘러나왔을때 참모들이 무척 당황했다고 하는데….
『큰일은 무슨 큰일…,노 대통령은 참으로 중대한 결심을 한 거예요. 6·29만큼 대단한 일이오. 노 대통령이 그러더군요. 선거관리내각을 만든다고 해놓고 대통령이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찜찜한 일이라고요.』
­그러면 전혀 말리지 않았습니까.
『사실 나는 좀 말렸어요. 대통령한테서 그 얘길 처음듣고는 「명예총재는 물러나더라도 당은 떠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선거중립내각으로 공명선거는 되는 거 아니냐」고 했지요.』
­처음 들었다면 합작품이 아니란 말인가요. 「노­김 깜짝쇼」란 말도 있는데….
『씰데(쓸데)없는 소리…. 난 분명히 처음 들었고 말렸어요.』
­대통령·정부의 도움없이도 대통령선거에 이길 자신 있습니까.
『한준수 전 연기군수 사건을 보세요.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 관권따위를 가지고는 안돼요. 나는 지더라도 공명선거를 할 겁니다. 물론 민자당은 단결해야지요.』
­중립선거내각은 어떻게 구성할겁니까. 최종결정이야 노 대통령이 하는 것이겠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각계각층 사람을 만나 얘기를 폭넓게 들을 겁니다. 노 대통령은 전적으로 내가 맡아서 해달라고 했어요. 그러니 내가 부지런히 쫓아다녀야지요. 10월초쯤 될겁니다.』
­현내각이 얼마나 바뀌게 됩니까.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상을 주려면 3∼4명 가지고는 안되잖아요. 총리를 포함해서 상당수가 될겁니다. 노 대통령하고도 큰 폭으로 대담하게 하기로 얘기됐어요.』
­이제는 야당의 공명선거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나요. 한때 야당은 대선보이콧 얘기까지 했는데….
『총리를 뽑는데 야당의견을 듣는 일이 전에 있었습니까. 내가 처음 중립내각얘기를 꺼냈을때 조사해보니 지지율이 60%를 넘었어요. 노 대통령의 결단으로 70%까지 올라갈겁니다. 그런데도 야당이 계속 이상한 주장을 하면 그들은 설곳이 없어요.』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당내 민정계일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김 총재가 지나치게 측근중심의 정치를 하고,또 평양에 가있는 정원식총리의 경질을 시사하는 등 일을 잘못처리해 이런 사태가 왔다고 주장하는데…. 집안일을 제대로 추스릴 자신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내가 이질적인 세력을 하나로 묶는데 장기가 있다고…. 그 문제는 크게 걱정안합니다. 민정계 일부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노 대통령은 나라를 생각해 결단을 내린 거예요. 이제 남은 것은 우리당이 단결해서 대선승리를 향해 총진군하는 겁니다. 나는 화해와 포용력으로 모든 세력을 감싸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자금문제는 어떻습니까. 노 대통령이 도와주기도 어렵게 됐는데….
『나는 이번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금력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생각을 뿌리뽑겠다고 총재수락 연설에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나는 선거법 범위내에서 쓸거예요. 국고지원금이나 당후원회같은 공식창구를 통해 자금을 얻을 겁니다.』
­노 대통령이 당을 떠났는데도 차별화를 계속 밀어붙일 생각입니까.
『차별화란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예요. 노 대통령과 나는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과정과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노 대통령이 민주화와 통일의 길을 열었다면 나는 그걸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차기정부는 노 대통령 정부와 통치스타일이 다르게 되겠죠.』
­솔직히 노 대통령 5년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큰 일을 했어요. 6·29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큰 결단을 내렸잖아요. 거기에다 북방정책과 남북대화도 있고요. 노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여소야대로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말하자면 첫단추를 잘못끼운 거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첫 1년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나는 대통령이 되면 한국병을 고치기 위해 몇가지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겁니다.』
­말로만 「강력한 지도력」을 외치는건 공허하잖아요.
『리더십이 중요해요. 실천해야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듭시다. 누구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정치를 하면서 땅을 사고 재산을 불린 사람을 나도 알아요. 나는 절대로 불리지 않을 거예요. 사실 난 부친으로부터 재산을 많이 받아 집도 있고 땅도 있어 여유가 있어요.
그러나 가진 것은 가진 것이고 정치하면서 늘리진 않았어요. 그래서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 상도동 그집 그대로 돌아가겠다고 한거예요.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국민들은 믿을 거예요. 이처럼 말한 걸 지키는게 중요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키질 못했나요.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요. 모두들 나름대로 공과 과를 지니고 있어요. 정부를 건설하기도 했고 경제성장을 이룩했는가 하면 장기집권이나 권위주의적 통치로 국민을 억압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깨끗하고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한국병이란건 어떤 증상인가요. 김 총재는 명의가 될 자신이 있습니까. 야당은 김 총재 자체가 한국병의 원인이라고들 비판하고 있는데….
『하나 둘이 아니지요. 첫째,사회엔 권위·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요. 청소년들도 부모·어른을 공경하질 않고…. 둘째,황금만능주의지요. 불로소득도 문제지만 돈으로 권력까지 살 수 있다고 믿는 것도 큰 병이지요. 반대로 권력으로 돈을 만들겠다는 사고방식도 걱정이지요. 세상이 이러니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나요. 더 들 수 있지만 이 정도로 해둡시다. 특별한 묘약이 어디 있나요. 정통성을 바탕으로 대담한 개혁을 해야지요. 그리고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돼요.』
­「집권후 1년」을 자꾸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5년동안 할 일을 1년내에다 해치운다는 것은 아니예요. 집권1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때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거죠.』
­지역감정문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진짜 중요한 한국병이지요. 87년 광주에서 유세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번에 후보들끼리 지역갈등을 줄이기 위해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집권을 한다면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풀어나갈 겁니다.』
­국민대화합은 지역적인 문제만은 아닐텐데…. 야당·재야에서 주장하는 시국사범·양심수 얘기도 있고요.
『한번 지켜봐 주세요.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권보다도 대담한 방법으로 큰 사면령을 내릴 겁니다. 국민대화합과 민족대통합을 위한 것이지요.』
­전교조 해직교사도 해당됩니까.
『전교조문제도 대국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올겁니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대화합차원에서 포용할 생각입니다.』<4면으로 계속>
◎“간섭 덜하는 「작은 정부」만들 생각”
­문익환목사·임수경양 등 방북인사는요.
『남북관계변화와 법률적인 형평을 똑같이 고려해야지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예요.』
­집권초기는 아니더라고 나중에 내각제 개헌용의가 있습니까. JP와 내각제에 합의했다는 설도 있는데요. 대통령임기를 4년중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에 심심치않게 있습니다.
『중요한건 국민이에요. 지금 대통령중심제 찬성이 60%를 넘어 70%에 가깝습니다. 그런 설은 있을 수 없어요. 개헌가능성도 없습니다. 중임이라고요.(손을 내저으면서) 나를 장기집권자로 만들려고 유혹하는 겁니까. 나는 딱 5년만하고 그만둘 겁니다.』
­경제공부를 한다는데 잘돼갑니까. 또 경제에 문외한으로서 지금 공부해서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경제는 어떤 부분에 힘을 줄 생각입니까.
『뭐니뭐니해도 물가안정이지요. 그리고 국제수지 적자도 빠른 시일내에 줄여나가고 제조업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경제규제를 줄이는 일이에요. 내가 얘기하는 작은 정부는 공무원 숫자를 줄이라는게 아니예요. 「간섭을 덜하는 정부」가 되자는 거죠. 공장하나 짓는데 3년 걸리고 서류가 3백가지가 필요하다는게 말이 됩니까.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지요.』
­이것 저것 다하려면 국민에게 참아달라고 해야 할텐데요.
『대통령이 깨끗하고 정직하면 국민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요. 「우리 한번 다시 뛰자. 미래가 있다. 자신을 가지자」 이 말을 왜 못합니까.』
­노 대통령에게 이동통신을 하지 말라고는 왜 일찌감치 얘기 못했습니까.
『(답답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당히 오래전부터 내가 얘기했어요. 노 대통령이 국책사업이고 공개적인데 뭐가 문제냐고 하길래 나는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서 안된다」고 말렸지요.』
­경제정책의 기조는 마음을 굳혔습니까.
『분위기를 일신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야지요. 그리고 이것을 성장잠재력에 연결시켜서 성장으로 다시 한번 발돋움하는 겁니다. 나는 이것을 신경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년내에 무역수지를 흑자로 바꾸고 물가도 3%로 잡겠다고 했는데 무리가 아닙니까.
『정부는 안정을 밀고 나가고 근로자와 기업이 열심히 뛰면 됩니다. 헛공약이 아니예요.』
­금융실명제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실시시기와 방법을 택해야지요.』
­김 총재가 총재로 취임한 직후 주가가 일제히 뛴 적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데 증시는 어떻게 봅니까. 부동산문제도요.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대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8·24증시안정화 조치가 있었잖아요. 거기에다가 8월말이후 정치상황에 대해 국민의 마음이 다소 편해졌는지 증시가 회복되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므로 증시전망은 밝은 것 아닙니까. 부동산투기는 현재대로 가면 계속 막을 수 있어요. 중요한건 정부의 의지입니다.』
­김 총재의 의지가 통일분야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통일을 절대 서두르면 안돼요. 감상이나 명분싸움이 아니지요. 먼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의 경제개발과 개혁을 지원할 겁니다.』
­단독직입적으로 한가지 묻겠습니다. 대선에서 이길 자신 있습니까.
『자신있어요. 내 나름대로 여러 조사를 하고 있는데 상대후보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요. 나더러 감의 정치를 한다는데 느낌도 있고요.』
­왜 그런 감이 듭니까.
『내가 (후보중에서)제일 건강하잖아요. 그리고 난 경험이 제일 많습니다. 박사학위 천개,만개보다 더 커다란 지식은 경험이에요.』
­김 총재 사조직인 민주산악회가 심심치않게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런 사조직이 꼭 있어야 하나요. 제2의 월계수회란 비판도 있는데….
『월계수회하곤 틀려요. 민주산악회는 과거 민주화투쟁하면서 피투성이가 돼가면서 만든 조직이에요. 나는 좋아하지만 민자당엔 안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지금 산악회에 많지요. 어떻게든 공조직과 마찰을 일으키면 안된다고 수차 지시했어요.』
­13대 대선때는 「집권하면 청와대에 찬송가 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습니까.
『그건 오해예요. 내 종교가 중요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해야죠. 나는 기독교도지만 기독교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될 수는 없어요. 87년에도 이런 얘기를 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얼마나 피해를 봤는데….』
­김 총재의 차남 김현철씨도 그렇고 공교롭게도 세후보의 아들이 모두 정치에 간여하고 있는데 김 총재는 아들을 말릴 생각은 없습니까.
『내가 야당하면서 너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열심히 말렸었지요. 고등학교때 아들이 정외과 가겠다는 걸 그래서 사학과로 바꾸어놓았어요. 그런데 아들이 더 크니까 아버지인 나도 말릴 수가 없더군요.』
­여성유권자가 절반인데 여성정책은 어떻습니까. 여성을 부지사에까지 시킨다는 공약은 너무 표를 의식한 선심성 아닙니까.
『나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지지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여성이 참 어려워요. 이번에도 한명도 없잖아요. 그러니 장선거를 해도 시장·지사는 힘들거 아닙니까. 그러니 부지사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성을 배려하는 거지요. 선심만은 아닙니다.』
­왜 TV토론은 그렇게 피합니까.
『피하는게 아니예요. 지금 하자니까 그러는거지. 선거운동기간에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정리=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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