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 범위 싸고 고심/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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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우선 폐지 대상
청와대는 지금까지 관례화 된 당정협조의 한계·범위를 새로 설정하느라 고심중이다.
세계 어디에도 예가 없으니 준거할 대상도 없고 중립을 표방한 이상 뭔가 달라져야 하는데 어디까지가 일반 국민과 「야당」이 납득할 선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점이 노태우대통령의 탈당이 전격적으로 결정됐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 발표 후에야 관계 재정립 작업에 착수한 관계자들은 일단 『국정운영의 책임있는 주체로서 정부와 다수당이 협의·협조할 수는 있으나 9·18선언의 의미와 국민정서에 충실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다수당인 민자당과의 정책협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다만 다수당과 협의하려면 여타 정당과도 일정수준의 협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있다.
또 말썽 많은 관계기관 대책회의는 우선적으로 없어질 대상이라며 공안기관 등이 매일 작성,주요기관에 제공하는 일일상황 분석 자료배포도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당정 동일체 개념에서 당의 공약 등을 정부의 시책·예산으로 지원해온 것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는 문제는 쉽게 해답을 못찾고 있다.
당장 당정간에 대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예산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문제도 골치아프게 됐다.
아직은 『말이 그렇지 근본이야 달라지겠느냐』는 관측과 『발상의 전환과 이에 따른 실천이 있게 될 것』이라는 추론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엇갈리고 있다.
행정부측은 대체로 각종 법률안·주요정책의 국회통과를 위한 정당과의 협의에서 「채널의 다원화」 현상으로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고위층은 『공무원 봉급·이동통신 선정 취소 등에서 보듯 행정부에 미쳐왔던 민자당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은 사실』이라며 『엄정중립 내각이 구성된다면 행정부 자체 판단의 정책반영과 야당의 정책수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관료사회 속성상 대선의 판세 여하에 따라 예전보다 더 극심한 눈치 보기가 재연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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