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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극우파지지 확산/독일 민족주의(탈냉전시대 새지역갈등: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쪽지역 19%가 테러에 “박수”/치솟는 물가·난민유입 등 불만
『독일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달말 구동독 북부 로슈토크시에서 극우파들의 대규모 난동이 발생한 이후 독일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극우파들의 외국인에 대한 테러는 통독을 전후해 제기됐던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화염병과 칼·도끼는 물론 총기나 폭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 극우과격분자들은 밤에는 물론 대낮에도 외국인 집단거주지나 난민수용소 등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단독주택까지 방화하고 있다.
경찰집계에 따르면 극우파들의 폭력건수는 통일원년인 90년 2백70건,91년 1천4백80건에 사망 3명이던 것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9백70건에 이로 인한 인명피해만 사망 10명,부상 7백명에 달하고 있다.
극우파의 숫자도 90년 3만2천명에서 91년 1만9천명,현재는 6만여명으로 급증했고 이들중 외국인 공격에 나서는 행동대원만 5천∼6천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나 폭력건수는 이미 적군파 등 극좌파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만이 아니다.
극우파들의 난동때 많은 시민들이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데서 알 수 있듯 극우파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지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다.
인파스여론조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극우파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지지도가 지난 3월 서쪽 12%,동쪽 12%이던 것이 8월엔 12%와 19%가 됐다. 부동의 제3당인 자민당의 지지율이 만년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충격적이다.
이처럼 극우의 물결이 독일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통일후 어려워진 경제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통일비용도 예상을 넘어서고 있어 이를 충당하기 위한 정부의 세금인상이 불만인 판에 최근엔 강제공채까지 발행하려다 여론에 밀려 후퇴하는 등 국민의 불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다 동유럽 등지로부터의 대량 난민유입과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도 민심을 극우파 쪽으로 기울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난민문제가 결코 극우파들의 입장을 옹호해 줄 수는 없지만 지난해 25만6천명에서 지난 8월까지 27만4천명,연말까지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민과 이민신청자의 급증은 현재 독일정부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터키 등지로부터 몰려드는 난민들에게 독일정부는 월 수백마르크씩의 정착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독일국민들의 「세금낭비」라는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의 국내외 여건으로 보아 독일땅에 나치와 같은 정권이 다시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과거 죄악을 결코 잊지 않고 있는 국제사회는 극우파의 준동과 사회전체의 보수우경화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독일인의 체내에서 나치 박테리아는 다시 살아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사람은 오직 독일인 자신 뿐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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