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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대학도시 케임브리지 어학연수생 “몸살”(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일 학생 등 최고 3천명 북적/관광객도 몰려 여름엔 “만원”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시가 한국·일본 등 비영어권국가에서 밀려드는 어학연수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명성때문에 일반 관광객이 밀리는 데다 어학연수생까지 들려 시의 인구수용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여름이면 시 중심가는 관광객과 연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다시피해 통행이 어려울 정도가 되고 있다.
그동안 관광 및 숙박수입을 노려 외국연수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시민들도 사정이 이쯤되자 불평을 털오놓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갈 경우 평화적인 케임브리지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시의회는 이에 따라 어학연수생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어학연수기관의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시의 관광담당 관리들 또한 외국학생들로 인한 관광수입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학생등록에 제한을 두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국연수생들 때문에 부활절이나 여름방학이 돼도 케임브리지시에서는 더이상 차분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케임브리지시를 찾는 어학연수생은 여름이면 최고 3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전체 재학생 9천명에 비하면 이는 3분의 1의 큰 규모다.
현지 사설어학연수기관들은 엄청나게 몰려드는 연수생을 다 수용하지 못해 교회건물까지 빌려쓰고 있다. 어학연수생이나 그들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 연수기관들은 케임브리지대학과는 전혀 관계없이 철저히 기업적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어학연수생들은 시내 곳곳에 위치한 대학시설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있는 케임브리지 영어아카데미(CAE)의 애벌릴리언 애덤스 교장은 『7,8월이면 외국학생들이 떼지어 다니기 때문에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임브리지시는 학원에서 매일 수업을 마친 외국 어학연수생들을 즐겁게 해줄만한 충분한 휴식·레저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임브리지시의 각종 어학연수기관에 등록하는 학생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단연 앞선다. 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수업료·편의시설 이용비·항공료·일일관광비 등을 포함해 한 사람이 방학동안 약 3천파운드(약 4백68만원)에 이른다.
케임브리지시에서 어학연수를 한 학생들도 현지 실정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일본 여학생은 『저녁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을 뿐 아니라 일본 학생들끼리만 모여 생활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옥스퍼드대학과 쌍벽을 이루며 영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케임브리지대학은 13세기에 설립돼 현재 산하에 28개 칼리지를 두고 있다.
이중 고딕양식의 화려한 예배당과 성가대를 자랑하는 킹스칼리지,훌륭한 도서관을 갖춘 트리니티칼리지,「탄식의 다리」로 유명한 성요한칼리지 등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과는 별 상관없는 사설어학원들은 이같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대학의 명성을 이용,상술을 발휘하다 시 이미지의 손상만 초래하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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