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어떻게 돼가나] LG카드, 눈덩이 부실로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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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카드의 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LG카드 처리가 다시 표류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8개 채권은행의 1조원 출자전환과 LG카드의 2천억원 유상증자에 LG증권의 경영권을 시가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면 LG카드 인수에 선뜻 나설 은행이 2~3곳은 되리라 계산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LG카드의 부실이 3조2천억원에 달한다는 삼정회계법인의 평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8개 채권은행과 LG카드가 1조2천억원을 메운다고 해도 인수자가 져야 할 자금부담이 2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LG카드가 안고 있는 5조9천억원의 대환대출(연체 대금을 장기 대출로 바꿔준 것)은 추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우리.하나은행이 '현재 조건으로는 LG카드를 인수할 뜻이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은행은 최소한 앞으로 발생할 추가 부실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카드사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LG카드의 부실을 메워주거나 지급 보증을 해주고 싶어도 해줄 방법이 없다.

남는 길은 두 가지. 8개 채권은행이 추가로 부실을 더 떠안아 주든가, 산업은행이 인수해 부실을 메운 뒤 재매각하는 방안이다. 현재로선 8개 채권은행이 부실을 더 떠안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오는 30일 LG카드 입찰이 유찰될 경우 LG카드는 산업은행으로 넘어갈 공산이 클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한다면 LG카드와 증권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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