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선두그룹과 정면대결 피하자”/유럽 반도체업체들 전략수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범용제품보다 특수품목 생산늘려
유럽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미국·일본 등 선두그룹과 정면대결을 피해 특정분야의 전문생산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필립스 SGS톰슨·지멘스 등 이른바 유럽의 빅3가 날로 늘어가는 투자비부담과 치열해지는 외국업체와의 시장쟁탈전을 감당할 길이 없어 최근 90년대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일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범용제품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특수품목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립스는 기억소자처럼 경쟁이 뜨러운 품목은 손을 떼려하고 있으며 가전제품이나 텔리커뮤니케이션,공장자동화같은 특수분야에 치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멘스는 기억소자 생산에서 축적된 기술을 보다 이익이 많은 직접 회로나 논리소자의 응용생산에 돌리기로 했다. SGS톰슨 역시 같은 방향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90년대말 2천억달러로 추산되는 반도체시장을 놓고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유럽대연합」을 논의한바 있다. 그러나 유럽반도체 회사의 통합이란 구상은 탁상공론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유럽 반도체 업체들은 적자생존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기억소자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는 더이상 버텨낼 여지가 없는게 사실이다. 지멘스의 경우 지난해 20억마르크의 D램을 팔아 5억마르크(3억5천8백만달러)의 손해를 봤다. 유럽업체의 경우는 특히 생존 자체를 위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유럽업체들은 대량생산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량 전문생산도 아닌 중간규모의 어정쩡한 생산형태를 갖고 있다. 기술컨설팅업체인 데이타퀘스트사의 전망에 따르면 오는 95년 가전시장의 규모는 5백80억달러로 추정되는 반도체시장의 21%에 불과하다.<파이낸셜 타임스="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