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보유 채권/이자 원천징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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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은행서만 연1조 묶여 자금난 금융계/개인투자자와 형평상 불가피 재무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이자를 일반인의 근로소득이나 예금이자와 같게 취급해 세금을 원천징수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올 가을 정기국회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중심이 돼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최근 건의문을 내는 등 관련 세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세법이 개인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이자소득까지 그때그때 세금을 미리 받아내도록(원천징수) 규정하고 있어 이 세금을 돌려받거나 공제받을 때까지 막대한 자금이 묶이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현행 법인세법 및 시행령은 대출이자와 더불어 금융기관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보유채권이자(은행 계정)를 일반기업 매출액에 해당하는 은행영업소득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이자소득과 같게 보아 세금을 미리 받아낸 뒤 법인세 납부때 공제토록 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수탁받은 재산을 불리기 위해 운용한 채권의 이자(신탁계정)에 대해서도 매달 원천적으로 세금을 뗀뒤 다음달에 환급해주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같은 규정 때문에 사업연도말에 법인세에 포함시켜 한꺼번에 내면 될 세금을 미리 내는데 따라 연간 수조원으로 추산되는 금융기관 자금이 여러달 무이자로 묶이는 결과를 빚고 있으며 은행만해도 이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운용에 차질이 생긴 시중은행의 경영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빡빡한 시중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무부는 이에 대해 만기가 되기 전에 채권을 팔아버리는 방법(채권매매는 비과세)으로 이자소득세를 물지 않으려는 일반투자자들의 조세회피 현상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채권이자 원천징수는 어쩔 수 없이 도입된 제도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매매가 자유로운 채권의 속성상 개인투자자들이 채권만들기를 채워 세금을 물고 돈을 찾기 보다 만기가 닥치기전 금융기관에 채권을 팔아버리려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이같은 현상을 막으려면 개인투자자건 기관이건간에 채권이자 소득세를 내는 방식을 똑같게 만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시중은행들은 그러나 현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운데 중간에 사들인 비율이 10∼20%로 무시할 정도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라며 금융기관의 채권이자에 대한 세금을 법인세에 포함시켜 한번에 낼 수 있도록 관련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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