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주 김영 '여왕 됐어요'… LPGA 도전 103번째 만에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LPGA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챔피언컵은 103번째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한국 여자 골프의 '예쁜 공주' 김영(27)이 드디어 여왕이 됐다.

28일(한국시간) 뉴욕주 코닝의 코닝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 LPGA 투어 코닝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김영은 4언더파 68타를 더해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2003년 LPGA 무대에 데뷔한 뒤 103번째 대회 만에 얻은 첫 우승이다.

김영은 공주다. 1m74㎝의 늘씬한 키에 외모는 양갓집 규수처럼 단아하다. 챙이 동그란 흰색 벙거지 스타일의 모자를 즐겨 쓰며 웬만큼 더워도 반소매 상의를 입지 않는다. 햇볕에 그을릴 까봐서다. 스윙 자세도 우아하고 여간해선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는다.

김영은 국내에서 4승을 하고 미국에 진출한 실력파다. 그러나 스타일은 논란이 됐다. 한 한국 선수는 "목숨 걸고 한 샷 한 샷을 쳐도 모자란 판에 얼굴 태우지 않으려고 불편한 모자를 쓰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신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 2003년 미국에 간 이래 메이저대회 톱 10에 여섯 차례나 들었지만 우승은 못 했다.

4년 동안 우승이 없자 공주도 어려움을 겪었다. 오랫동안 후원하던 신세계가 올 초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억척스러워진 것 같다. 주위에선 김영이 챔피언조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김미현(KTF)과 폴라 크리머(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과 매 홀 선두가 바뀌는 접전을 벌이면서도 김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파 5 14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핀 30㎝에, 파 4 17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옆 60㎝에 붙여 우승을 확정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다. 챔피언 퍼트를 마친 뒤 눌러쓴 모자 속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김영은 "오늘 우승은 내 인생의 모든 부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제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미현과 크리머가 17언더파로 준우승했다. 코닝 클래식은 3년 연속 한국 선수가 1, 2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인 김인경(19)이 16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