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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 "엄마, 캐디 봐 줘 고마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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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배상문(左)이 티샷을 한 뒤 어머니와 함께 공을 바라보고 있다. [KPGA 제공]

한국 남자골프에 '20대 기수론'이 떴다.

27일 경기도 이천 비에이비스타 골프장(파72)에서 끝난 SK텔레콤 오픈에서 배상문(21.캘러웨이)이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버디 6, 보기 1)를 추가,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PGA 투어 2승 경력의 애런 배들리(호주.11언더파)를 6타차로 따돌린 완승이었다. 통산 2승째다.

야구 선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의형제인 배상문은 지난해 국내 투어 드라이브샷 거리 1위에 오른 장타자다. 그 장타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 16차례의 파 5 홀에서 절반인 8개의 버디를 잡았다. 홈런만 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 쇼트게임이 몰라보게 정교해졌다. 그린을 놓쳐도 어프로치샷을 홀에 붙여 어렵지 않게 파세이브를 했다.

배상문의 우승으로 올해 열린 KPGA 투어 4개 대회에서 김경태(21.2승.신한은행), 홍순상(26.SK텔레콤) 등 모두 20대 선수가 우승했다. 세대교체의 흐름이 뚜렷하다.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배상문은 시즌 상금 1억4600만원으로 동갑내기이자 '괴물 신인' 김경태(2억2700만원)에 이어 스릭슨 상금순위 2위로 올라섰다.

배상문은 홀어머니 시옥희(49)씨 슬하에서 컸다. 외아들을 끔찍이 아끼는 시씨는 아들의 무거운 캐디백도 끌고 다닌다. 시씨는 "아들의 성격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성격이라 내가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며 "9번 아이언 거리에서 곧잘 8번 거리만큼 친다. 내가 아니면 정확한 클럽을 선택해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대회 도중 아들을 꾸짖기도 한다. 그게 가끔 갈등으로 나타난다. 배상문은 마마보이가 될 생각이 없고,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엄마 캐디'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시옥희씨는 "이렇게 빨리 '은퇴'하게 될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캐디로 열심히 응원해 주신 어머니의 도움이 무척 컸다. 오늘 우승으로 고생하신 어머니께 보답한 것 같고, 우승의 모든 영광을 어머니께 돌린다"고 말했다.

앞선 3개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했던 김경태는 5언더파 공동 14위에 그쳤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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