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 걸어서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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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생각하면 사무실에서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2단독 이태수(46.사진) 판사는 매일 걸어서 출근한다. 서울 대치동 집에서 서초동 법원까지 꼬박 1시간10분이 걸린다. 2004년 서울고법 재직 당시 허리디스크가 생긴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의사는 운동을 권유했지만 밤 늦게까지 일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의치가 않았다. 생각 끝에 이 판사는 휴일이면 집 앞 양재천변을 걸었다.

걸어서 출퇴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포기했다. 올 초 서울중앙지법으로 온 이 판사는 2년 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오전 8시면 땀복과 운동화, 갈아입을 옷이 담긴 허리가방을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공기가 나쁜 도심을 걷는 것이 오히려 안 좋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걸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허리는 완쾌됐고 뱃살관리까지 되네요. 몸무게를 6kg이나 빼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판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걸어서 출근하는 데는 부인의 극성스러운 채근도 한몫했다. 이 판사의 부인은 인천지법 영장전담 조현욱(43) 부장판사. 조 부장판사는 198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해 오다 2000년 판사로 임용됐다.

글=박성우 <blast@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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