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상 제일주의 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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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북한의 김정일은 강력하고 공격적인 김일성의 사상제일주의를 점차 지양하고 과학·예술문화 제일주의로 서서히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사상이 떡을 배불리 먹여주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고위관리와의 대화에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김정일은 과학·예술문화 다음이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상교육은 너무나 잘돼 있어 그렇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뒷전으로 미루게 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김정일이 김일성의 지난 47년 간의 정책을 과감히 시정해 나가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김정일은 이웃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울삼아 북한에 김정일 식의 민주화개혁에 박차를 가해나갈 것이다.
이에따라 남북의 두터운벽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여 체육교류는 물론 휴전선에 이산가족 상봉센터설치, 우편물 왕래, 완충지대에 산업시설 공동 건립, 남북공동 체육 장 건립 등 김정일 식 시장개방정책을 펴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과 같은 변화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무력행사정책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강력한 공산주의의 대부였던 구 소련을 비롯해 71년 전 8인방으로 시작, 수많은 피를 흘리며 기나긴 세월 전쟁으로 권력을 쟁취한 중국도 시장개방정책으로 더 잘 살게됐으며 이제 더욱 더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한중수교가 간절해 진 것이다. 김달현 북한부총리의 말대로 김일성은 한국 측의 적극적인 경제협력과 기술도입을 강력히 희망하고있다.
그뿐 아니라 김정일은 김일성의 고령으로 인해 10년이고 20년후에 닥칠 사후대책을 지금부터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김정일은 산업혁명으로 얻어지는 경제부흥과 발맞춰 남북통일은 물론 세계평화의 길로 매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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