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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17세기엔 랍스터가 가난뱅이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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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음식 잡학사전
윤택노 지음, 북로드
344쪽, 1만원

제목 그대로 음식에 관한 책이지만 요리법이나 맛, 칼로리에 관한 것은 아니다. 70여 가지 음식의 유래, 인물, 일화 등 먹을 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다뤘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노름에 빠진 영국의 한 백작이 시간이 아까워 만들어 먹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은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샤브샤브며 바케트 빵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군량'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짬뽕'이 오해에서 비롯된 이름이란 사실은? 1899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중국인 천핑순이 처음 만들었단다. 고향인 푸젠성에서 즐겨먹던 탕육사면을 바탕으로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해물을 넣어 끓인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천핑순은 가난한 화교 학생들이 찾아오면 "너 밥 먹었냐"고 물었는데 이게 중국 표준어로는 '츠판'이고 푸젠성 사투리로는 '샤뽕'이었다. 이를 들은 일본인들이 그것이 국수 이름인줄 알고 '찬폰'이라 불렀고 일제 시대 이 낯선 음식이 인천에 상륙하면서 맛도 매워졌고 이름도 '짬뽕'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다.

보통사람들은 특별한 날, 큰 맘 먹어야 맛볼 수 있는 랍스터가 식민지 시절 미국에선 가난의 상징이었다면 좀 위로가 되려는지? 17세기 초 밀려드는 이주민으로 미국에선 빵이 모자랐단다. 매사추세츠의 한 농장에서 음식이 못마땅해 파업을 벌인 일꾼들은 농장주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합의하고서야 작업을 재개했단다. 당시 죄수들에게 '콩밥' 대신 주고,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밭의 비료로 사용하던 랍스터는 19세기 들어서야 '요리' 대접을 받았다니 값비싸다고 군침 흘릴 것만은 아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풀어가는 데 꽤 유용하지 싶다. 화려한 사진 없이도 맛깔스러운 음식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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