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민심 모른다” 총공세/노­김 「이통갈등」 해법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달초부터 포위설득 전면전/강릉발언 여세몰아 선경 압박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대표간의 대결은 김 대표의 주장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대통령이 선경을 선정한 정부조치를 취소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쪽이어서 형식상은 무승부의 해결책을 찾았다.
○…이동통신과 관련,노 대통령과 김 대표가 그동안 막전막후에서 벌인 공방은 그야말로 혈투를 방불케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의 노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와 반대의사 표명은 지난 20일 선경으로 최종결정이 나기 훨씬 전부터 집요하게 있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모두 네차례에 걸쳐 노 대통령에게 이동통신을 임기중에 선경으로 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노 대통령 개인에게나 여당후보인 자신에게 모두 치명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적으로는 94년에 시행될 사업을 서둘러 임기중에 결정함으로써 기업간 질서와 국가자원의 우선순위·기술개발 등에 혼선을 줄 것이며 노 대통령에게는 사돈에게 특혜를 준다는 의혹으로 인해 퇴임후의 안위조차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에게는 적어도 대통령선거에서 1백만표이상의 차질로 나타나 당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은 완강했다.
○…이같은 예비탐색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것은 8월초순부터였다.
김 대표는 자신의 설득에도 불구,대통령이 이동통신 사업자선정을 밀어 붙이려 하자 이때부터 노 대통령에 대한 설득포위전을 강화했다.
이상연안기부장·서동권청와대특보는 물론 대통령의 동서인 금진호의원,대통령의 측근 실세인 이원조의원을 불러 노 대통령에게 간언하도록 하는 한편 김 대표의 참모진을 청와대 각 수석들에게 거의 1대 1로 붙여 총공세를 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만나고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노 대통령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는 것을 확인해올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을 보고해 왔다. 이렇게 되자 김 대표는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설득을 잠시 멈추고 선경의 최종현회장에게로 공략방향을 바꿨다. 김 대표는 자신의 심복인 김덕룡의원을 내세워 선경이 스스로 물러서는 것이 상책임을 설득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거부의지와 논리는 노 대통령 못지않게 완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YS간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은 이동통신 발표 하루전인 19일께였다. 이날 노 대통령은 이상연안기부장과 정해창비서실장을 각각 김 대표에게 보내 발표강행계획을 통보하고 김 대표가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해는 커녕 불만을 폭발시켰다. 정 실장에게 만약 노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결정하면 무효화 또는 백지화선언을 하지않을 수 없으며 대통령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일 오전 대통령의 의지대로 선경을 선정했다. 오후에는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주례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주례회동이 끝난 직후 청와대측은 김중권정무수석을 시켜 『일절 이동통신문제는 논의한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김 대표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심각한 논의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김 대표의 결심을 곧 독자적으로 밝히겠다』고 공표한뒤 21일 강릉에서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의 도덕성과 정직성을 치고 나온 것이다.
김 대표의 참모들조차 YS의 반대기세에 어리둥절했다. 아울러 20일 있었던 노­YS 주례회동의 실상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회동은 정말 긴박하고 험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자 대뜸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표시하고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인지,망치려는 것인지 따졌다.
이에 노 대통령은 김 대표를 빼고 여권의 모든 사람들이 이동통신은 국책사업으로 시기를 놓치지 말고 추진해야 하다고 건의했으며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도 같다고 응수하며 김 대표가 반대하면 어떡하느냐,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청와대참모들은 모두 ××만 있느냐』고 청와대참모들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의 어조도 바뀌었다. 청와대참모들을 험구하는 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험구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선정되자 예상대로 여론은 들끓었고 김 대표의 공개적인 대통령 성토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청와대로서도 그냥 참기가 어려워 22일 노 대통령이 직접 긴급수석회의를 주재해 YS의 반발을 역습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공개적인 정면대결은 범여권을 경악케 함과 동시에 이러다간 다같이 망한다는 공멸의식 속으로 몰아넣었다. 선경의 최 회장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측도 주말을 이용,최 회장에게 어차피 김대중씨나 김영삼씨 둘중 한명이 대통령이 될텐데 누가 되든 선경이 버틴다고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대통령과 선경과 국가를 위해 용단을 내리라고 압박해 들어갔다. 선경의 최 회장은 23일 밤 드디어 김 대표의 측근인 김덕룡의원에게 자진반납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허남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