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소프트화(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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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여년전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소니사의 색다른 인사가 경제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음악대학을 나와 베를린필하모닉의 지휘자까지 역임했던 오우카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던 것이다. 가전기술도 전혀 모르는데다 교향악단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에만 심혈을 기울여 왔을뿐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러나 회사측이 겨냥했던 것은 경영전반의 소프트화였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칠 것이 분명해 그의 소프트마인드를 활용,새로운 업종을 개발하자는 생각이었다.
최근들어 미국의 GM·IBM·ATT·시어즈 등 거대기업들이 매출부진과 순익감소로 경영이 흔들린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일본 등 세계경제의 3개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 거대기업들의 경영불안설이 꼬리를 물면서 경영의 소프트전략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가는 폭락하고 부동산가격은 바닥을 모르는채 계속 떨어져 소비수요도 덩달아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지간한 기업들도 잠재도산의 위험을 안고 있다.
지난주에는 워드프로세서 업계의 왕자로 군림해왔던 미국의 왕컴퓨터가 사실상 도산이나 마찬가지인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세계적 기업들의 불황파고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왕컴퓨터의 경우 종업원수를 절반으로 감축하고 유통개선에도 노력했지만,사무용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영상처리 등의 사업에 뒤늦게 나선 통에 경쟁력을 갖추는데 힘이 부쳤다. 소니가 오래전부터 타개책으로 영화·음반·비디오 및 방송국 운영 등 소프트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수익을 올린 것과는 다른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20세기초에는 미국에 2천여개사의 자동차 메이커가 난립했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70∼80년대에는 GM 등 3개 메이커만 생존이 가능했다. 앞으로 21세기초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이 부심할지 관심거리다. 현재 가장 유망사업인 소프트웨어 부문에 뛰어든 기업들만도 2천여개사에 이른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기업들도 그런 분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고객지향의 기업체질과 의식개혁을 통한 경영의 소트프화가 성공의 열쇠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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