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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산타' 사랑의 골 골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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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에는 사랑과 희망의 훈풍이 불었다.

푸마와 홍명보장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축구대회'가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2002 월드컵 스타가 중심이 된 '사랑팀'과 K-리그 스타들이 뭉친 '희망팀'은 어린 생명들에게 소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축구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연합]

선수소개 시간에 선수들은 빨간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뛰어나왔다. 조병국은 눈사람, 정조국.박진섭은 루돌프 사슴 인형을 뒤집어쓰고 나와 관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시축은 2002년 백혈병에서 완치된 양지원(8)군이 맡았다. 선수들은 유니폼 상의 아래에 자신이 후원하는 소아암 어린이의 이름을 적고 뛰면서 이들의 완쾌를 기원했다.

전반은 팽팽한 접전이었고 예상 외로 골이 터지지 않았다. 사랑팀에선 일본에서 온 이하라.라모스.기타자와가 헌신적으로 뛰었다. 특히 브라질에서 귀화한 라모스는 41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몸놀림과 뛰어난 개인기를 보여줬다.

희망팀은 이원식과 서정원이 날카롭게 문전을 파고들었으나 센터백을 맡은 홍명보.이하라의 '철벽 한.일 공조'를 뚫지 못했다. 양팀 골키퍼들도 '산타 정신'이 부족했다. 사랑팀의 김병지는 전반 41분 최문식의 발리슛이 수비 맞고 꺾여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볼을 잡아내 관중의 원성(?)을 샀다.

후반에 김남일.정조국.현영민(이상 사랑팀), 고종수.김대의.김은중(이상 희망팀) 등이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골잔치가 시작됐다. 양팀 합쳐 모두 7골이 터졌다. 정조국이 2골, 그리고 최성국.고종수.김대의.김은중.정경호가 한골씩을 넣었다.

최종 스코어는 4-3으로 희망팀의 승리. 그러나 승부는 처음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지켜보던 소아암 어린이들이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장면이 전광판에 비쳤다. 소아암을 앓고 있는 40명의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로열박스에서 이날 경기를 지켜봤다.

1만8천여 관중은 영하의 관중석을 끝까지 지키며 선수들을 성원했고, 선수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뛰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서는 촛불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이날 입장 수익과 전날 스타 애장품 경매 수익을 합친 2억2천여만원이 전액 소아암 어린이들의 수술비로 전달됐다.

고양=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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