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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불친절 불치병인가/의료계 친절캠페인은 빈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처방전만 덜렁… 질문땐 짜증/예약 5시간 늦게 나타나 2분 진찰
대학·종합병원들은 「서비스 사각지대」인가.
의사들이 환자에게 증세와 치료방법·주의사항을 친절히 알려주는 「설명의무」는 아예 기대조차 하기 힘들고 권위적·고압적인 태도는 고사하고 예약시간만이라도 지켜주면 환자입장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정도. 또 간호사·안내원들의 퉁명스러움에 아픈 것을 오히려 원망하는 것이 환자들의 심정이다.
의료계 일부의 자성으로 87년부터 「친절캠페인」이 일기도 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흐지부지돼 환자에 대한 친절은 빈말에 그치고 있다.
◇실태=18일 S병원을 찾은 백순용씨(48·여·서울 동교동)는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으나 의사가 처방전만 덜렁 끊어주고 병세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은채 3분도 채 안돼 밖으로 내몰다시피했다』며 『오전 10시에 병원에 와 약을 타기까지 6∼7시간 걸렸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17일 오후 아들(6)의 불구다리 교정수술을 위해 또다른 S병원을 찾은 정원교씨(36·상업·부천시 중동)는 안내직원이 초진환자가 밟을 수속에 대해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아 접수대·안내실·정형외과 등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접수 마감시간을 넘긴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최근 Y병원을 찾은 환자 조선옥씨(44·상업·서울 여의도동 삼부아파트)는 입원수속 서류에 찍힌 보증인 도장이 희미하다며 접수를 거부하는 창구직원과 10여분간 승강이끝에 인근에서 도장을 만들어 찍어야 했다.
이 병원에서는 임태성씨(25·회사원)가 조카(2)의 치료를 위해 소아외과를 찾았으나 담당의사가 사전예고도 없이 수술을 핑계로 예약시간인 오전 10시30분을 무려 5시간이나 지난 오후 3시30분쯤 나타나 2분간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며 병원의 불친절에 분통을 터뜨렸다.
◇병원입장=관계자들은 병원의 불친절에 대한 일반인의 체감도가 높은 것은 ▲공급위주 의료정책에 길들여진 의료인들의 타성 ▲낮은 의료보험수가 ▲환자의 집중현상에 따른 진료환자의 과다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부실을 꼽았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한 병원 불친절에 대한 불만은 계속될 것이라고 대한병원협회 등 관계자들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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