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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백신 사고율 0.00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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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예방에 혁명을 이룬 예방접종. 하지만 100% 예방은 힘든 데다, 이따금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부작용이 접종자를 불안하게 한다. 실제 지난 8일 유니세프를 통해 베트남에 수출된 한국산 B형간염 백신을 맞고 베트남 어린이 3명이 사망했다. 물론 이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인을 백신 자체가 아닌 잘못된 유통과정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똑같은 백신이 수출된 다른 23개국에선 별반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둔 어머니들의 마음 한구석엔 불안한 그림자가 떠나지 않는다. 백신의 실체와 유의점을 알아본다.

#백신 사고 왜 일어나나

현재 시판되는 백신은 크게 병균을 약화시켜 만든 생(生)백신과 병균을 죽여서 만드는 사(死)백신이 있다. 전자는 균을 약화시킨 것으로 홍역.볼거리.풍진.수두 등 백신이 대표적이다. 균을 약하게 한 만큼 백신 접종으로 병에 걸리기도 한다.

예컨대 항암치료를 받는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아이가 생백신을 맞으면 심하게 질병을 앓을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아이는 면역성이 정상화될 때까지 생백신을 맞추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간혹 건강한 아이도 생백신을 맞고 가볍게 병을 앓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사백신은 이물질인 만큼 알레르기 쇼크 가능성이 있다. 통계적으로 100만분의 1 정도에서 과민반응에 의한 쇼크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상 백신 접종사고가 나는 원인은 제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품의 결함, 유통과정에서의 변질, 개인의 체질 문제 등 크게 세 종류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백신 자체의 결함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적은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실제 현재 접종하는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갖가지 검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뒤 시판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백신 사고는 대부분 체질 때문에 발생한 알레르기 쇼크다.

#부작용에 비해 사회 편익 높아

백신 부작용을 감안해도 질병 위험을 고려한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예컨대 디프테리아만 하더라도 예방접종이 보편화하지 않던 1950년대까지만 해도 치사율이 10%나 됐다.

파상풍도 예방접종을 안 받은 상태에서 감염되면 치사율이 10~30%에 달한다. 호흡기질환인 백일해는 면역이 안 된 상태에서 환자와 접촉하면 발병률이 90%나 되며, 경련.폐렴.뇌증(腦症)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스케줄에 맞게 자녀에게 제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일 수 있다. <표 참조>

필수 예방접종이 아니라도 폐구균 백신, 헤모필루스 감염을 막는 Hib백신, A형 간염 등도 가능하면 소아과 전문의 검진을 받고 접종을 받는 게 좋다.

현재 일본에선 와세다대학을 비롯, 홍역 유행으로 10여 개 학교가 휴교 중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예방접종 부작용이 발생해 94년 홍역을 필수 예방접종에서 제외했다. 그로 인해 당시 홍역 예방접종을 안 맞은 아이들이 성장해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주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첫 번째 접종 때에는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의 충분한 사전진찰을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물론 보호자들도 백신 접종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주사 후 30분간 아이를 관찰하는 등 예방접종 지침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백신을 맞아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접종 후 1주일 이내에 의식장애, 경련 등 뇌 이상을 의심할 때, 또 쇼크반응 등이 있었던 아이는 이후 백신 접종을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뇌신경계 질환이 있는 아이는 어떻게 접종해야 할까. 원칙상 현재 진행 중인 신경계질환이 있을 땐 접종을 삼가야 한다. 하지만 정지 상태의 신경계 질환은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예컨대 출생 전 후 산소결핍으로 뇌성마비가 생긴 아이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단 경련이 있을 때는 경련을 조절한 뒤 접종하는 게 옳다. 최근 산모의 나이가 많아지고, 더불어 의료기술 발달로 미숙아도 흔해졌다. 이런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때는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 어린이에게 흔한 열성 경련도 백신을 맞추는 엄마의 걱정거리다. 통상 DPT 접종 후 1년 내에, 또 접종 전 1년 내에 경련이 있으면 접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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