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쿠테타 실패 그후 1년/자본주의 이행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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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옐친 약속불구 개혁성과 안개속/정치·경제 위태 민주세 인기하락
지난해 8월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구소련 쿠데타가 실패한지 1년이 지났다.
이후 급격하게 진행돼온 구소련 및 러시아에서의 정치·경제개혁은 지금까지도 명확한 지도세력 없이 「위태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지난 1년동안 소연방은 15개국으로 쪼개져 독립국가연합과 완전 독립한 발트해 3국 및 그루지야로 대체됐고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등에서는 민주세력이 득세,정치·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권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친서방화,자본주의 체제로의 이행이라는 실험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모스크바 정치분석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쿠데타 실패직후 급상승 했던 민주세력의 인기와 영향력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개혁을 열렬히 지원하겠다던 서방은 보다 더 확실한 개혁의 청사진만을 요구한채 「말만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가격자유화 등 급진 경제개혁을 단행하면서 8∼9개월이 지나면 개혁의 결실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아직 개혁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치솟는 인플레와 실업사태·경기침체 등 부작용만 두드러진 실정이다.
이 때문에 쿠데타 직후 80%에 이르던 옐친의 지지도가 지난달 조사에서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대중의 지지를 상실해 가고 있다.
반면 한동안 잠잠하던 구공산주의 계열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중도좌파적 입장에서 러시아 민족주의를 등에 업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 등 시민동맹파 지도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 집권개혁층이 일소하겠다는 구체제의 잔재가 여전히 존재,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체제는 아직 제대로 기반을 굳히지 못한채 세력이 분열돼 개혁의 지지기반이 균열되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의 주요 민주세력이었던 지식인 중심의 「민주러시아」는 쿠데타 실패후 그들의 목표인 반공정권의 탄생과 함께 심각한 분열의 길에 들어섰다.
대신 예고르 가이다르,안드레이 코지레프 등 테크너크랫형 각료들과 겐나디 부르불리스,유리 페트로프 등 측근형 실무참모들이 득세,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엔 유리 스코코프 등 구소련 관료조직 내에서 성장한 인물들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아르카디 볼스키 등 군산복합체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고있는 세력의 득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도층내의 옐친에 대한 영향력과 세력다툼은 러시아의 개혁방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
지난 1년이 민주러시아를 기반으로 한 순수민주세력의 득세기였다면 6월 인민대의원대회 이후의 상황은 구공산당 조직에서 성장했다가 민주세력으로 전향한 시민동맹파 그룹의 득세라고 할 수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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