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외환보유고와 내수 관계 놓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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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보유액과 내수의 관계를 둘러싼 경제정책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국책 연구기관의 대표주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갑론을박(甲論乙駁)하고 있다.

KDI가 올 4분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지나치게 많이 쌓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자 재경부가 "KDI의 주장대로라면 수출조차 안 돼 한국경제는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KDI는 지난 18일 "올해 외환보유액이 3백억달러 이상 늘어나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지지 않아 수출만 크게 늘어났다"며 "외환보유액 증가속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바람에 수출만 부양되고 내수는 침체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21일 '환율정책과 내수의 관계-KDI 경제전망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KDI가 상황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정책이 내수 회복에 부담이 된다는 KDI의 시각은 초과수요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기에나 타당하지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내수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시중의 외환을 외환보유액으로 적극 흡수하지 않았다면 원화 가치가 달러당 1천1백원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출까지 안 돼 국내 경제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는 게 재경부의 주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그나마 원화 절상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면서 무너진 내수를 대신해 경제를 떠받쳐 왔는데, KDI가 이를 거꾸로 해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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