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재해 너무 심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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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도권 신도시와 지하철공사장의 건설재해가 최근 급증하는 현상은 작업현장의 안전대책 미비는 물론 공사 자체의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올 상반기만 해도 수도권 5개 신도시와 서울·부산·대구 등 지하철공사장에서 안전사고에 의해 사망한 근로자가 48명,부상자는 1천5백여명인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사망자는 3.7배,부상자는 2배나 늘어난 숫자다.
이같은 건설재해의 급증은 시공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서두르느라 안전교육이나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또 큰 공사의 집중시공으로 숙련된 기능인력이 모자라자 미숙련공과 고령자 등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사고발생 위험도가 더욱 높아졌다. 불량 건자재 사용으로 지난해에 시공중인 신도시아파트가 무너져내린 사고라든가,최근 잇따른 지하철공사장 붕괴사고 따위가 그 구체적인 실증이다.
이같은 건설현장의 높은 재해율은 인명의 희생이라는 개인적 비극은 물론 부실공사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른 더 큰 사고의 위험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돈을 적게 들이기위해 공정을 단축하고 부실공사로 얼버무린다 해도 결국은 그 허구와 사술은 들통이 나게 돼있다. 그로 인해 해당 업체나 관련기관이 치르는 대가는 공사를 처음부터 튼튼히 하는 것보다 몇갑절 더 비싸게 먹힌다는 사실을 우리는 최근에 붕괴된 신행주대교 사례에서 극명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신도시나 지하철의 건설은 우리의 국가적 대역사다. 해당 기업이나 관련기관은 우선 이 국가적 대역사를 몇세대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튼튼히 짓는데 사운과 명예를 거는 각오와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혼신의 역량과 성의를 다 한다는 자세가 선다면 눈가림이나 부실공사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선 사업자들이 건설근로자들에 대해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치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숙련되지 않은 근로자가 안전장치나 안전보호장구를 무시해서 발생하는 재해는 교육의 미비가 주요원인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지난해의 산재발생원인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안전교육미비로 인한 사고가 62%나 된다. 기술적 원인(21%)이나 작업관리상 원인(17%)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근로자 자신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주의도 중요하다. 근로자 스스로도 신변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안전이 확보되지 않거나 미비한 작업장에 대해서는 작업을 미루고 시정을 요구하는 자구적 노력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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