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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이어 현대차 직원도 '부품 도둑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기아차의 주력 자동차생산 사업장이 연이은 부품유출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 직원들이 수출용 차량부품을 무더기로 내다 팔았다가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차 아산공장 직원들이 차량용품을 무단으로 반출해 자신의 차량에 장착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매년 파업을 벌여 온 현장 근로자들이 정작 회사측의 허술한 사업장 관리를 틈타 자신들의 일터에서 자산을 빼돌려 온 것이다. 특히 노조측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오히려 사측에 "이번 사태를 빌미로 현장탄압을 획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서 현장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위험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22일 충남 아산경찰서 및 현대차 등에 따르면 아산서는 차량에 부착하는 후방카메라 등 차량용품을 창고에서 빼낸 혐의(절도)로 현대차 아산공장 및 협력업체 직원 10여명을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2만원 상당의 차량용 후방카메라를 빼돌린 뒤 자신의 차에 달고 다니다가 회사측의 신고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서 관계자는 "현대차 측이 재고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재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지난 4월 말 수사의뢰를 해 왔고, 이 과정에서 본인들이 대부분 범행을 시인하면서 최근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용품 반출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물건을 빼돌려서 팔기 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인 욕심에서) 자신의 차에 장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절도혐의만 적용했다"며 "반출된 물건은 모두 회사측에 회수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측은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 됨에 따라 조만간 징계위원회 등을 열어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기아차에서도 2005년 화성공장 직원 50여명이 수출용 차량부품을 무더기로 빼돌려 카센터에 팔거나 자신의 차에 무단으로 장착했다가 경찰에 석발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기아차측은 사법처리 결과를 토대로 지난 4월말 이들에게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기아차에서는 또 최근 전현직 임직원들이 최대 예상 피해규모가 22조원에 달하는 자동차 제조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시킨 혐의로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에서 이처럼 연이어 벌어진 부품유출 사고와 관련, 업계에서는 사측의 부실한 부품관리와 현장 근로자들에게 만연된 모럴해저드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직원들이 근로현장에서 '안방도둑'처럼 부품을 자기 물건인양 빼내 차에 달고 다녔고 사측은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아산공장위원회)는 그런데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뒤 '소식지'를 통해 "이번 사태를 빌미로 현장탄압을 획책하려 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오히려 사측을 압박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건 작건 조합원들이 개입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 노조측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사과나 유감표명 등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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