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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칸에서는 … "세기의 커플 보자" 장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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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할리우드의 톱스타 커플 안젤리나 졸리(사진(左))와 브래드 피트(右)가 칸을 찾았다. 졸리가 주연하고 피트가 제작한 영화 '마이티 하트'는 올 칸영화제에 비경쟁으로 초청됐다. 2002년 파키스탄에서 취재 도중 테러리스트에 납치돼 살해당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대니얼 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미망인이자 그 역시 프랑스 출신의 기자였던 마리안 펄이 펴낸 책이 원작으로, 마리안의 시점에서 사건의 진행과정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마리안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사건의 경위와 관련정보를 집요하게 수집한다. 영화 제목이 뜻하는 '강력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피트와 졸리는 다소 긴장한 기색이었다. 둘의 공동작업에 대한 질문부터 나오자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피트가 나섰다. "아시는 대로 '브래드와 앤지(졸리의 애칭)'얘기입니다. 우리는 보통 때도 늘 카메라 앞에 노출되곤 하기 때문에 그리 새로울 것은 없어요."

회견에 함께 참석한 실제 주인공 마리안 펄은 "피트가 판권을 구입한 뒤 내가 따로 졸리를 만나 주연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잡지에서 졸리와 매덕스(아들)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나와 내 아들 아담스가 생각났어요. 졸리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주 가까워졌죠."

졸리는 극중 마리안과 같은 임신상태에서 촬영을 준비했다. "임신 6개월 때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요. 같은 어머니로서 마리안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 축복이었죠." 졸리는 "펄의 죽음을 확인한 다음날 인터뷰에서 마리안이 '남편뿐 아니라 최근 파키스탄 사람 10명도 테러리스트에 희생됐다'고 말한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마리안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증오심을 가슴에 품을 이유가 있죠.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에요."

그동안 기자라면 대개 파파라치를 연상했을 졸리는 "기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마리안과 대니얼이 쓴 기사를 읽으며 기자들의 정직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꼿꼿한 태도를 유지하던 펄은 영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지금도 남편이 그립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심경"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2002년 당시 남편의 살해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봤느냐고 물어 그의 마음에 상처를 줬던 CNN 기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기자는 "용서해 주겠느냐"고 물었으나 마리안은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만 답했다.

감독은 영국 출신의 마이클 윈터바텀. 파키스탄의 난민수용소를 무대로 아프가니스탄의 고통을 다룬 '인 디스 월드'(2002년)와 억울하게 테러 용의자로 몰린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의 이야기 '관타나모로 가는 길'(2006년)을 만들었던 만큼 이번 영화에 가장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전작에서와 같은 문제적 관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리안이 펄과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 펄이 CIA요원 노릇을 했다는 오해, 사건이 발생한 파키스탄 정부의 미묘한 입장 등을 고루 열거할 뿐이다. 영화는 9월께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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