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두바이의 무하마드 파격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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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두바이의 기적'을 이끄는 셰이크 무하마드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총리가 22일 저녁 귀국했다. 그는 역발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두바이를 '중동의 진주'로 변신시키고 있다. 무하마드 총리가 서울에 머문 시간은 총 30시간. 그 사이에 선택과 집중, 그리고 파격의 동선(動線)을 선보였다.

무하마드 총리의 '선택과 집중'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였다. 그는 이날 오전 청와대 방문 전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한국에 온 각국 정상들이 경복궁.비원이나 각종 산업시설을 돌아보고 경제인들을 만나는 것과 딴판이었다. 한 관계자는 "무하마드 총리가 오전 내내 호텔 방에서 노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얏트호텔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에 묵었다. 하루 숙박료는 844만원.

무하마드 총리는 오후 2시쯤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두 시간 동안 UAE의 왕족.각료들을 만났을 뿐 한국 측 인사들을 한 명도 접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방한 전에 제주도 방문도 권했고 국내 경제인과의 만남도 제안했지만 모두 사양했다"고 설명했다.

무하마드 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을 만나 "UAE는 과거 진주를 채취하던 못사는 나라였다. 좋은 진주는 깊은 바닷 속에서 채취한다. 경제발전도 진주 채취와 비슷하다. 가만히 앉아서 이룰 수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무하마드 총리의 '파격'은 21일 밤 청계천 방문에서 드러났다. 경제4단체장이 주최한 만찬을 예정보다 30분 앞당겨 끝낸 뒤였다. 말을 좋아하는 그는 승마복 차림으로 호텔을 나섰다. 20여 명의 수행원은 청바지와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1시간30분 동안 뛰다시피 5.8㎞를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의 체력도 놀랍지만 딱딱한 의전 관행을 깨는 파격 행보가 더 주목받는다. 중동 지역의 왕이나 통치자로선 상상키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4월 두바이를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문에 깜짝 방문을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이번 방한에 셋째 아들 셰이크 막툼 '두바이 테크놀러지미디어 자유지대 청장'이 수행한 것도 주목된다. 20대 후반인 막툼 청장은 공식 수행원 13명(방문단 규모는 120명) 중 한 명이다. 외교가에선 "58세인 무하마드 총리가 3남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하마드 총리는 공식적으로 자녀 14명(딸 7명, 아들 7명)이다. 하지만 UAE 측 인사들은 "우리도 정확한 자녀 수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양수.박현영 기자 <yasle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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