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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면충돌 일단 모면/내일 「양김회담」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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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라톤 금·여론압박에 공멸위식/장선거 이견 워낙 커 성과 미지수
「마주달리는 열차」처럼 정면충돌로 치닫던 파행정국이 올림픽에서의 마라톤 「금」낭보에 자극이라도 받은듯 양김회담이라는 응급피난처를 찾았다.
민자·민주당은 11일중 김영삼·김대중대표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10일 양당 총장·총무회담을 열어 절충점 마련을 위한 정지작업을 펼치는 등 몸싸움 대치정국이 갑자기 대화분위기로 바뀌었다.
아직은 양당의 이견이 워낙 팽팽한데다 각자 강경론도 우세해 극적 타협가능성이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나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하고 ▲두 김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아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공동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한가닥 극적 타협의 기대를 낳고 있다.
○…민자당은 일단 양김회담이라는 통풍구를 만들었으나 현재로는 내줄 카드가 없어 무척 고심하고 있다.
현재 김영삼대표 주변이나 당지도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정면돌파론이다. 「양김이 만나라」는 주변압력이 있으니 회담을 열기는 하지만 장선거를 조금이라도 양보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강경론자들은 양김테이블에서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그래도 안되면 이번 주내에 지자제법 개정안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의 측근 다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으로 볼때 연내 장선거가 곤란하다는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김 대표는 서울이나 직할시만이라도 시범으로 해보자는 방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측근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여부도 걸려있고 해서 지자제법을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강행처리가 김 대표나 민자당에 부담이 되겠지만 김 대표로서는 현안을 빨리 매듭짓고 8월말 총재직 인수,9월 선거체제 출범으로 나가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부분적 장선거실시론을 덮어버리려 애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양김회담은 「정면충돌로 가는 마지막 통과의례」인 셈이다.
○…그러나 민자당 내에는 유화론도 만만치 않다. 민정계 중진·소장파의원중 일부와 몇몇 민주계 인사들은 「장선거 부분수용」이란 카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자제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법안의 강행통과는 김 대표와 민자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민정계 중진은 『양김회담을 서둘러 취소했던 것은 성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만나서 타협하는 이상 카드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이나 직할시부터 장선거를 해보는 방법이 타협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자제실시의 당사자가 행정부수반인 노태우대통령이므로 노­김 영수회담이나 김영삼대표까지 낀 3자회담을 다시 한번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영삼민자당대표가 스스로 취소시켰던 양김회담을 뒤늦게 수용하고 나선 배경을 놓고 『여론의 압력에 밀린 때문으로 단체장선거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나 날치기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최종 명분쌓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철야농성한 최고위원들을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는데 김영삼대표가 광역단체장중 서울 등 6대도시만 연내 시범실시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으나 그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김회담에서 양측이 조금씩 양보한 모종의 타협안이 성립될 경우에 대비,광역자치단체장선거법과 대통령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등 후속조치의 협상에 관한 준비작업도 착수해 양김이 막후 절충에서 뭔가 모색중임을 암시했다.
반면 양김협상이 깨질 경우 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권고결의안과 국무총리·내무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발의 등 지금까지 제기했던 쟁점을 극대화시켜 강경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당은 양김회담에 대해 정주영대표가 정국주도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불쾌해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환영」과 「기대」를 표명했다.
김정남총무는 『양김회담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서도 『격돌이 생길 경우 예측불허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에 「격돌만은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양김회담이 열리는 것』이라고 해석.
김 총무는 또 『민자당 김용태총무로부터 국민당에서 절충안을 제시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양김회담을 지켜본 뒤 중재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지난 3당대표회담에서 「광역만 분리실시」를 제안했으며,이 절충안이 거부될 경우 「6개 특별·직할시만 분리실시」라는 제2의 절충안을 준비했었다.<박병석·김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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