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메어주며 득표전 편 36세 조일현(의원탐구: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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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발로 뛰어 딴 「최연소」/12대 꼴찌­13대 2등 자신감/시골동창 30명이 후원… 방송대입학 중국어 만학
『발로 뛰는 후보가 가장 무섭다.』 선거전을 치러본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경험담이다.
돈이 없고 조직이 변변치 않더라도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무지막지하게 뛰어다니는 후보는 비록 신인의 무명인사라도 겁난다는 것이다.
8대 심봉섭의원(경북 월성)은 주로 상가를 찾아다니며 남들이 꺼리는 염을 해주며 득표기반을 다져 끝내 금배지를 단 한번 달았다.
14대국회에 최연소(총선 당시 만36세)로 진출한 조일현의원(강원 홍천)도 철저하게 바닥부터 표를 쌓아 성공한 케이스.
만25세(김영삼·3대),만29세(김상현·6대) 같은 역대 최연소당선 기록도 있다.
하지만 조 의원 본인은 최연소 당선보다 강원도내 최고득표율(52%),도내대학 출신(원주 상지대)으로 첫 국회의원 당선자 등 「향토사적 기록」들에 더 애착을 갖고있다.
그는 이번까지 모두 세번 출마했다.
12대때는 전화기 한대 없이 렌터카(포니2)를 타고 강원도 산골을 친구 4명과 함께 누볐다. 결과는 5명중 꼴찌. 그러나 『일가친척 표를 다 긁어모아도 잘해야 1천표』라는 주위의 예상을 뒤엎고 1만2백48표나 따내 용기를 얻었다.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13대때는 6명중 2등(8천6백77표)으로 뛰어올라 『낙선했지만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조 의원은 『12대선거는 예행연습,13대선거는 총연습격이었다』고 말했다.
90년 1월16일 그는 공화당 홍천지구당위원장으로 김종필총재도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지구당 개편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꼭 1주일만에 발표된 3당합당. 그는 『정말 황당한 기분이었다. 정치권의 생리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때 조 위원장은 공화당을 떠났다.
「예행연습」과 「총연습」을 거치고 14대 출마준비에 골몰하던 조 의원에게 지난 2월 중순 정주영국민당 대표가 사람을 보내왔다. 뒤이어 정 대표와의 면담이 이루어졌고 『독립군에 자금 대는 심정으로 당신같은 사람을 돕겠다』는 정 대표의 간곡한 말에 그는 국민당 사람이 되었다.
엘란트라승용차·미니버스 한대씩,그리고 상당액의 「실탄」. 당차원의 지원 외에 조 의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친지·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선거자금을 얻어댔다. 물론 기본밑천은 어디까지나 남의 상여까지 메어주며 지난 8년간 쌓아온 「발로 뛴 실적」.
그는 자기운·상대운·시대운의 세가지 「운」이 맞아 떨어져야 당선될 수 있다는 독특한 선거관을 갖고있다.
이번 3·24총선의 경우 「자기운」은 13대 때보다 강화됐고,상대(이응선민자당의원)는 신선한 이미지가 가시고 일부 유권자가 실망하는 기색도 보여 「상대운」도 좋아졌다. 피폐한 농촌사정과 「강원도 무대접론」으로 「시대운」도 맞아 큰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국민학교(홍천 노천국교) 4학년때 처음 국회의원이 돼보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말했다. 학교 앞 개천이 여름철 홍수때마다 넘쳐 등교하지 않아도 결석으로 치지 않았는데 4학년때 이곳에 콘크리트 다리가 세워졌다. 『어른들께 「누가 놓은 다리냐」고 물었더니 「국회의원」이라셔요. 의원이 뭐냐고 다시 물었더니 「어린이회장처럼 투표해서 뽑는 사람」이라길래 그때부터 장래희망을 써낼때는 꼭「국회의원」이라고 했지요. 이 때문에 친구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그는 국민학교 어린이회장과 중학교(홍천 동화중)·고교(춘천제일고)의 전교 학생회장을 차례로 지냈다.
군복무(8사단)때도 선거철에 휴가를 나오면 고향집보다 유세장을 더 많이 찾을 정도였다고 조 의원은 고백했다. 군대시절 그의 연대장이던 민태구(민자당)·나병선(민주당)의원을 『이제는 같은 초선의원으로 의사당에서 만나뵙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농촌 부흥에 의정활동의 초점을 둘 계획이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중국문제가 대두할 경우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방송통신대 중국어과 과정을 밟고있다.
대학졸업후 한번도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고 초·중학교 동창 등 고향친구 30여명이 십시일반 격으로 재정적 도움을 주고있다. 의원당선으로 처음 「생업」을 갖게된 셈이다. 게다가 당으로부터 월 6백만원씩의 활동비도 꼬박꼬박 받게되니 「빈집에 황소들어온 격」이다.
가정학 석사(숙명여대)인 부인 이술주씨(32)와의 사이에 딸(3)·아들(1) 남매를 두고있다.
국회의원 당선은 물론 큰 영광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당선 이후」가 더 큰 관심사다.
아직은 새파란 「정치 초년생」에 불과한 조 의원이 얼마만한 정치력을 발휘해 의정활동을 펼지 차분히 지켜보아야겠다.<노재현기자>
□조일현의원 악력
▲강원 홍천생(37세) ▲춘천 제일고 ▲상지대·한양대 행정대학원 졸 ▲12,13대 낙선 ▲신민주공화당 지구당위원장 ▲국민당 홍천지구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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