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차 큰 신행주대교 붕괴/이효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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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행주대교가 붕괴된지 1주일이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사고에 관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으나 이중에서도 신공법·신기술도입부분이 가장 크게 부각된 것 같다.
『기술축적도 안된 상태에서 외국의 신기술을 무리하게 들여와 이로 인해 사고가 빚어졌다』는 것으로 이제는 일반사람 누구를 만나도 「신공법=위험」이라는 등식을 깔고 이번 사고를 얘기할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현재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것처럼 공사비절감을 위한 부실시공,수준이하의 감리 등 「신기술」이 아닌 다른 요소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인한 대책도 그동안 단순시공위주에 치우친 국내 건설업의 구조와 이로 인해 빚어지는 덤핑입찰,나눠먹기식 수주 등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환경의 개선에 초점이 모아져야지 그동안 추진돼온 기술중시의 건설산업개편에 변화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건설산업의 주무부처이자 이번 공사의 발주기관이었던 건설부의 시각은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건설부는 지난 5월 신기술이나 신공법을 처음 사용하는 업체에 공사비의 3%를 세액공제해주는 등 기술개발촉진을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바 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단 이틀후엔 앞으로 신공법·신기술 등을 도입할 때는 최소한 2∼3년동안의 시험기간을 거치도록 한다는 즉흥적인 대책까지 내놓았다.
심지어 『간부들은 대외접촉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배경으로 「무리한 신공법 도입」을 특히 강조한다』는 건설부의 내부지침자료도 눈에 띌 정도다.
이것은 숫제 「신공법」을 이번 사고의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처사다.
또 이번 사고를 국내건설업계의 각종 병폐를 수술할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부의 고위간부들은 이제 자신들이 그동안 세미나나 초청토론회 같은 자리에 갈때마다 국내건설시장의 개방문제,기술위주의 산업구조전환 등을 거론하며 신기술·신공법도입을 내세워온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
개방에 대비하고,해외경쟁에서 버티려면 신기술은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할 과제다. 엄청난 사고의 책임을 손쉽게 모면할 수 있다고 해서 신기술·신공법을 쉽게 희생양으로 취급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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